평생학습, 졸업을 향해

2-2. 배움의 연속(3)

by 더블윤


평생 교육, 평생 학습은 우리를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이끈다. 다시 '배움의 삶', '배움의 존재'가 된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졸업'을 위해 다시 '학업'을 시작한다.
업(業). 다시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지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을 짓는 건축가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보이지 않는 손으로 벽돌을 쌓고, 문의 자리를 잡고, 빛이 스며들 창을 낸다. 시간은 그 위에 줄눈을 바르고, 배움은 그 안을 다채롭게 채워나간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자신이라는 건축물을 지으며 학교의 졸업장을 인생의 완공 증서처럼 여겼다.
졸업장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보며 '나는 이제 어엿한 어른이 되었고, 배움의 시절은 끝이 났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인간은 결코 완공되지 않는다. 평생학습은 인간을 완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완전해질 수 없음을 깨닫고 다시 벽돌을 쥐게 만드는 힘이다.

우리는 끝없이 자신을 고쳐 세우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졸업은 끝까지 배우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완전함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기에, 그 열망은 끝없는 창조적 긴장(creative tension)을 낳는다.
그리고 그 긴장은 우리를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인류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된다.




배움은 우리를 미완성으로 이끌고, 그 미완성은 더 큰 배움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어릴 적엔 단순히 몰라서 배우지만,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다른 이유로 배운다.
우리가 배움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배움이 우리에게 세상의 방대함을, 나 자신의 불완전함을 끊임없이 들추어내기 때문이다.
즉, 배움은 우리를 완성으로 데려다주지 않는다. 오히려 배움은 우리를 미완성으로 되돌린다.

미국의 시스템과학자인 피터 센게(Peter Michael Senge)는 『제5의 훈육(Fifth Discipline)』에서 이 점을 통찰했다.
그는 '개인 숙련(Personal Mastery)'이라는 개념을 통해 배움이란 하나의 종착점이나 졸업장이 아니라, 무언가를 숙련하듯 끝없이 자기 자신을 벗겨내고 다시 다듬는 과정임을 말했다.
배움의 참된 모습은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는 자각에서 시작되고, 그 자각은 다시 더 깊은 배움의 갈망으로 우리를 이끈다. 센게는 이것을 '창조적 긴장(creative tension)'이라 불렀다.

자신의 비전과 현실 사이의 거리, 그 불완전한 틈을 볼 줄 아는 사람만이 진짜 배우는 사람이다. 그리고 바로 그 틈이, 인간으로 하여금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배움을 멈추지 않게 만든다.

흥미로운 것은 이 배움이 선형적인 발전이 아니라는 점이다.
센게는 '학습 조직'의 핵심에 '배움을 배우는 능력(Learning to Learn)'을 놓았다. 이것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서, 배움 자체를 또 하나의 배움으로 끌어올리는 메타 순환이다.
이는 쉽게 말해 '배움은 배움을 낳는다'는 말인데, 이를테면 "나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왜 그것을 배우는가? 그 배움은 어떤 새로운 배움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배움을 통해 배움의 필요성을 알고, 배움이 또 다른 배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순환은 마치 나선형 계단처럼 인간을 점층적으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그 끝에는 완전함이 아닌, 미완성을 껴안고도 배우려는 의지만이 남는다.


“The moment you believe you have mastered it, you have already stopped learning.”
"당신이 그것을 완전히 숙달했다고 믿는 순간, 당신은 이미 배우기를 멈춘 것이다."

- 피터 센게(Peter Senge)


배움은 우리를 완성으로 이끄는 듯하지만, 실상은 미완성임을 일깨운다. 그러나 그 깨달음 속에서 우리는 더 큰 배움으로 나아간다.

이 순환을 멈추지 않는 다면, 우리는 존재의 완성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배움의 존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더 이상 인간만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인공지능(AI)은 머신러닝이라는 강력한 학습 도구를 통해 나날이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판단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AI의 모습을 보며 인간과 AI의 학습이 점점 닮아간다고 말하거나, AI의 학습이 더 특별하고 뛰어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인간의 배움에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특별함이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바로 자각(self-awareness), 다시 말해,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능력 때문이다.

인간은 배우는 자신을 깨닫는 존재이다. 현 단계의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화된 답을 찾아가는 데 머문다. 이 학습 과정에는 ‘내가 배우고 있다’는 메타 인식이 개입하지 않는다. 즉, 현 단계의 AI는 자각 없는 학습이다.
반면 인간은 배우면서, 지금 내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왜 배우는지, 내가 어디까지 배웠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스스로 묻고 성찰할 수 있다.
이런 성찰은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 행동까지 변화시키게 만드는 힘이 된다.

그리고 인간의 배움은 개인의 내면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 사람이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깨달음을 얻으면, 그것을 자신의 사고방식, 감정, 행동의 변화로 이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외부를 향해 나타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한 문학 작품을 읽고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거나, 낯선 과학 개념을 접하고 세계관이 넓어질 때, 그 변화는 개인의 변화로 끝나지 않는다.
배움으로 성장한 개인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꾸고, 공동체의 대화와 결정을 바꾸며, 나아가 사회 전체에 작은 물결을 만들어낸다.
‘배운 자들의 통찰’이 ‘사회적 혁신’으로 번져온 거대한 연대기의 집합인 인류의 역사가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부족함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존재이다. AI는 오류가 생기면 그저 재학습을 통해 문제를 수정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우리는 배움의 길에서 종종 자신의 무지와 부족함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다음 배움의 불씨가 되는 중요한 순간이다.
완성을 향한 길은 “나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깨달음을 지나야 만 열리고, 그 깨달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겸허함과 용기가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배움의 자질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배움이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정보의 취합과 통합, 응용이 아니라 자신을 변화시키고, 타인을 변화시키며, 더 나아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AI처럼 빠르고 방대한 연산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무지를 깨닫고, 변화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정보의 탑이 의미 있는 건축물이 되기 위해선 수직적 축적이 아니라, '자기-타자-세계'로 순환하며 확장하는 나선형의 여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는 완전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다.”라는 자각과,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배우고 있다."라는 실천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인간이란 존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며, 우리가 끝없이 변화하는 진정한 배움의 존재임을 증명해 준다.




그래서 ‘배움의 업’을 달성한 인간이 있는 것인가?


그 물음에 나는
“앞으로도 그런 인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답하겠다.


어쩌면 인간은 결코 완전해질 수 없다. 하지만 너무 낙담하지 말자. ‘완전’이라는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을 뿐이니까.
종착지가 없기에 우리는 더 멀리 갈 수 있으며, 우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진다. 그리고 그 ‘완전함을 향한 열망’ 자체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건축으로 비유하면, 인간은 끝없는 증축, 수리, 리모델링을 반복하는 미완의 성채다.
꼭 완성된 성채만이 진보된 성채는 아니다.
당신의 성채는 이미 유년기의 그것보다 진보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인류가 쌓아 올린 성채들의 집합체는 고대의 작은 움막들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하니까...

미완성이 우리를 배움으로 이끈다.
그 미완성은 배움을 향한 동력이 된다.
우리는 배움을 통해 자신을 다시 쓰고, 다시 지으며 끝없는 성장을 반복해 간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나선형 계단이, 우리를 찬란한 내일로 인도한다.


우리는 끝없는 배움 속에서 완성, 즉 '졸업'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그 졸업장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오늘도 배우고 변화하려는 우리의 실천 그 자체일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당신에게 물으려 한다.


당신은 오늘 어떤 벽돌을 쌓을 것인가? 어떤 계단을 올라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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