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더하기 Jun 08. 2022

목적지까지 가면 베스트 드라이버 아닌가요?

걱정이 와의 이별


 약속을 하던 날부터 설레면서 머리끝 저쪽 구석에서는 스멀스멀 걱정이가 자꾸만 일어나려고 했다.  

무슨 일만 생기면 걱정이에게 항상 나를 내주었고, 내어주면 제멋대로 헤집고 다니면서 나를 괴롭혔다.


"언니 우리 만나서 얘기하자."

나 보다 두살 위인 하나밖에 없는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sns로 하던 중 내가 먼저 꺼냈다.

"여행 한번 가자. 내가 다 준비할게."

그렇게 시작된  내가 주도하는 언니와의 첫 여행!


집안이 다 같이 가는 여행은 했지만 둘만 어딘가 여행을 간다는 건 생각도 못하다가 이제 서로 아이들도 크고 삼일이라는 연휴가 생기면서 이 계획이 성립이 되었다.




그날부터 걱정이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것이다.


어디를 가지?

어떻게 가지?

혼자 장거리 운전해 본 적이 있었나?

아무리 내비게이션이 알려준데도 난 완벽한 길치인데?

거기에다 기계치가 셀프주유는 할만할까?


운전을 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차로 6분 거리인 사무실만 왔다 갔다 했고, 가끔 해온 고속도로 주행은 남편이 휴식이 필요할 때 잠깐 하는 수준이었다. 주유 역시 주유원이 있는 곳에서만 했었다.

세 번 이상을 가야 '아~ 저기가 그곳이구나!' 알정도로 길치인 내가 누군가를 태우고 어딘가를 가는 여행 스케줄을 짜고  도와 도를 넘는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간다고 하고 있느니 내 안의 걱정이는 얼마나 신이 났겠는가?


"친구야 우리 생사확인 좀 하자. 다음 주 금요일 저녁 먹자."

"믿기지 않겠지만 그 날 언니랑 채석강을 그것도 내가 운전해서 가기로 했어. "

"와~베스트 드라이버 다 됐네."

"........"




언니 집 아파트로 데리러 가기 전 주유 계기판에 반을 가리키는 것이 거슬려 주유소를 들었다.

"이 차 휘발유이지요?"

"네"

"어쩌죠. 휘발유가 떨어졌네요."

오전 10시 40분에 휘발유가 떨어지는 주유소가 있다니.... 왠지 이 여행이 순조롭지 않을 것 같은 복선이 아닌가 싶었다. 다음 주유소를 들렀는데 그곳은 주유기에 포장이 걷히지 않은 영업휴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언니네 집 앞으로 걱정이를 더 키워서 갔다. 하지만 처음 하는 여행에 나의 이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의연한 모습을 보여 주리라.

  



언니는 출간을 한 베스트셀러 동화작가이며 시인인데 우리는 관심분야가 같았기 때문에 1분의 시간도 허비하지 않고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두르지 않고 여름으로 가고 있는 을 보고, 초록과 찰떡인 금계국을 칭찬하면서 나의 차는 고속도로에서 시를 쓰고 동화를 들으며 달렸다.


주유는 이런 걸 왜 걱정했었지 하면서 셀프로 가득 넣고 채석강을 들러 내소사, 익산 고스락까지 들러서 1박을 하고 왔다.

다음에는 청주에 있는 청남대를 가 보자고 약속을 하고 우린 헤어졌다.




"나 잘 다녀왔어. 우리 언제 볼까?"

"와~진짜 베스트 드라이버 다 됐네."

"베스트 드라이버가 뭐 있겠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다녀오면 되는 거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나를 내어주지 않으리라. 걱정아! 넌 오랫동안 잠을 자야 할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정성 반 만 주면 좋겠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