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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더하기 Oct 29. 2023

나는 상술에 넘어가기로 했다

작년(2022년) 이야기다.


11월 10일 매년 하듯이 남편에게 빼빼로를 사서 주려고 마트에 들렀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서 인지 마트에 진열된 모습이 그 전해와는 사뭇 다른 빼빼로데이를 맞이한다고 느껴졌다. 마트 천정에 닿을 듯하게 만들어 놓은 하트도 없다. 온갖 초콜릿들이 한군데 모여 흰 레이스에 포장된 바구니도 없다. 간간히 보이는 1+1 행사 표시와 그래도 구색은 맞춘듯한 매대 한쪽 중앙에 자리한 초콜릿들. 하지만 이해는 간다. 이 분위기에 제과업체에서는 얼마나 많은 고심을 하고 준비를 했을까 싶기도 하다.


몇 가지 생필품을 사고 과자 진열대로 가던 중이었다.
“요즘 누가 촌스럽게 빼빼로 사. 상술에 그만 놀아날 때 됐잖니?”
카트에 가득 실은 라면을 열심히 매대에 진열을 하던 직원이 누군가에게 얘기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봤다. 고객으로 온 사람이 아는 사람인지 다시 또 이렇게 이어서 말했다.
“그거 뭐 하러 사. 사지 마!”
제법 단호하고 큰 소리다.
“고객 사은품으로 지점장이 빼빼로 사라는데 어떡하니?"
둘의 대화를 듣다가  나는 '이건 상술이야. 그래 마트 직원도 이해 못 하는 상술에 이제는 벗어나야지'하고 집으로 왔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 몇몇  남직원들은 해마다 여직원들 자리에 빼빼로를 사다 놓아 대여섯 개를 쟁여 놓고 먹고는 했었는다.

그런데 올해는 출근해 보니 자리에 하나도 없었다.

"오늘은 자리가 허전하네."
"그래 올 해는 없는게 당연할걸 꺼야."

"오늘이 가래떡데이잖어. 이제 가래떡을 먹어야해."

여직원들은 저마다 아쉬운 마음과 당위성을 표시 하고, 나는 어제 있었던 마트에서의 일을 얘기해 주었다. 이제 이 날은 없어져야 하는 게 맞는 거라고 직원들과 말은 했지만 빈 책상에 서운한 그림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거 드세요.”

그때 한 남직원이 봉투에 들고 온 다양한 초콜릿 과자를 직원마다 하나씩 나눠 주고는 나갔다.

"와~ 역시!"

그래 아무리 상술이어도 좋다. 이런 이벤트가 서로 미소 짓게 하고 언제 이 달달한 과자를 맘껏 먹어 보겠는가!

나는 이 상술에 앞으로 계속 다시 넘어가기로 했다.


이제 그 작년이 현재가 되었다. 아직 빼빼로데이는 몇 주 정도 더 남았지만 올해 제과업체는 상술이 아님을 숨기며 어떤 모습으로 마케팅을 할지 벌써 궁금하다.


여기 넘어가줄 한 사람이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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