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부에 위치한 세 개의 도시인 델리, 아그라, 자이푸르 (Jaipur)를 묶어서 인도 북부의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부른다. 세 도시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으면서 인도에서 유명한 관광지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인도의 북부를 단기로 여행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지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는 골든 트라이앵글의 마지막 종착지인 자이푸르로 향하기 위해 아그라에서 오후 녘에 기차에 올랐다.
건조한 사막 지역에 위치해 있는 자이푸르는 그 이름보다 '핑크 시티(Pink City)'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데, 이는 1876년 영국 웨일스 왕자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도시 전체를 핑크색으로 칠한 이후에 불려지게 된 이름이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도 자이푸르는 담홍색과 핑크색의 건물들이 많이 있고, 우리는 숙소에 짐을 맡기고 자이푸르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하와 마할 (Hawa Mahal)로 향했다. '바람의 궁전'이라는 뜻을 가진 하와 마할은 벌집모양의 창문의 개수가 900개가 넘기 때문에 공기의 순환이 빨라 실내가 시원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라지푸트족의 문화 양식과 라자스탄의 궁궐 문화를 보여주는 곳이면서도 세상 밖의 출입이 불가능했던 왕궁의 여인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하와마할의 바로 건너편의 카페에 앉아 하와마할을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었던 여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갔을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차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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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자이푸르의 시티 팰리스 (City Palace)였다. 시티 팰리스는 하와마할의 바로 뒤쪽에 위치한 곳으로 이곳 또한 곳곳에 핑크색으로 칠해진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특히 시계탑과 그 주변의 건물들은 상아색을 메인 색으로 가져가면서 군데군데 분홍색으로 포인트를 준 부분이 편안함을 주었다. 그리고 이곳은 '달의 궁전'이라는 뜻을 가진 찬트라 마할 (Chandra Mahal)이 위치해 있는 곳으로 이곳은 현재도 왕족의 후손들이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출입이 불가능한 곳이다. 1729년 자이싱 2세가 암베르 성에서 이곳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도시를 본격화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자이푸르는 도로가 바둑판 배열로 잘 정돈되었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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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티 팰리스를 구경하고 우리는 인도의 3대 성으로도 유명하면서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암베르 성 (Amber Fort)를 방문하려 했지만 하필 가는 날에는 문을 닫는 날이었던 것이었다. 여행을 계획할 때 세부적인 일정을 짜지 않고 그때그때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간혹 이런 불상사가 벌어지곤 한다. 어찌 되었던 우리는 암베르 성을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툭툭 기사님께 추천을 받은 나하가르 성 (Nahagarh Fort)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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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가르 성은 애당초 방문 계획이 전혀 없었던 곳이었는데, 이곳은 알고 보니 자이푸르의 일몰과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오후 5시가 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하가르 성에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일몰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곳들에는 사람들로 가득했었다. 우리도 늦지 않게 자리를 잡기 위해서 빠른 걸음으로 성을 빙글빙글 돌다 겨우 자리를 잡고 일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번 인도 여행을 시작하면서 어느 곳에 가만히 앉아서 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아쉬웠는데, 자이푸르의 일몰은 그 아쉬움을 해소시켜 주었다. 무엇보다도 자이푸르에 들어서면서부터 더 이상 주변의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괜히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뉴델리에서는 갑자기 다가와서 말을 거는 사람도 있었고, 외국인을 바라보는 눈이 부담스러워서 계속해서 긴장하면서 길을 걸어 다녀야 했지만 자이푸르는 길에서 말을 거는 사람도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없어서 편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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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푸르에서의 둘째 날은 무리해서 관광지를 돌아다니기보다는 좀 더 쉬는 일정으로 택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여러 도시를 쉬지 않고 돌아다닌 이유도 있었고, 둘째 날에는 밤 기차로 다음 도시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체력을 조금이라도 더 아껴두고 싶었다. 그래서 오전에는 숙소의 테라스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오후에 체크아 웃을 하고 산책을 하기 위해 나왔다. 산책을 하다 보니 조금 더워지는 것 같아 실내에 들어갈 곳을 찾다 우리가 향한 곳은 알버트 홀 박물관 (Albert Hall Museum)이었는데 라자스탄 주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라고 한다. 사실 외관만 봤을 때는 다소 으스스한 느낌도 주고 무엇보다도 박물관 앞과 주변에 날아다니는 수많은 비둘기들 때문에 폐건물의 느낌이 더 강렬했다. 하지만 내부는 라자스탄의 과거를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전시물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사막의 강렬한 햇빛이 아닌 실내에서 시원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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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푸르는 델리의 대도시적인 느낌과 샤 자한의 이야기로 가득한 아그라와는 또 다른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도시였다. 분홍빛 가득한 이 도시가 주는 따스함과 평온함은 골든 트라이앵글의 한 꼭짓점이 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충분했다. 자이푸르가 주었던 포근함 계속해서 이어나가길 바라며 우리는 라자스탄의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기차를 타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