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교의 포용 정신을 배운 하루
인도의 공용어는 힌디어와 영어 두 가지이다. 물론 여기서 공용어는 공문서에 사용되는 언어를 의미하고 실제로 인도의 국민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이보다 많은 14개가 있다. 뿐만 아니라 힌두교 신자가 인구수의 80% 정도를 차지한다고는 하지만 이슬람교, 불교, 기독교, 시크교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종교도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지역 내에서도 다른 언어 및 종교와 함께 융화되어 살아가야 하는 인도인들은 다양성에 관대한 편인 것 같다. 그중에서도 힌두교, 이슬람교, 불교와 함께 융화되어 살아가고 있기에 인도 내 신자수는 적을지 몰라도 세계 5대 종교 중 하나인 시크교의 성지인 암리차르(Amritsar)를 소개하려 한다.
암리차르를 여행 일정에 넣은 이유는 시크교(Sikhism)의 성지로 이곳만의 문화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자이살메르에서 차로만 14시간이 떨어진 곳이었고, 기차나 비행기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접근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곳이었다. 하지만 인도 여행을 계획할 때, 이전에 버스가 있었다는 글을 얼핏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야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으로 대략적인 계획만을 세워두었다. 하지만 타르(Thar) 사막에서 돌아온 다음날 암리차르로 가기 위한 버스티켓을 알아보던 우리는 당시의 야간 버스는 더 이상 운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숙소의 주인 분께도 혹시나 하고 여쭤보았지만 그의 대답 역시 잘 모르겠다는 굉장히 난감한 대답뿐이었다.
그렇게 암리차르의 여행을 포기하려던 와중에 구글에서 그나마 최근에 야간 버스를 타고 자이살메르에서 암리차르로 이동했다는 한 백패커의 글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운이 좋게도 해당 버스터미널에서는 매일 오후 5시에 암리차르행 야간버스를 운행하지만, 티켓은 현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 버스를 타려면 지금 당장 와서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그래서 우리는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툭툭을 타고 곧장 해당 터미널로 향했고 정말 다행히도 우리는 거의 마지막 손님으로 암리차르로 향하는 버스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혹시나 야간행 버스도 자이살메르를 오기 위해 타고 온 버스처럼 입석 승객들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입석 승객이 많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암리차르의 여행을 포기하려 마음먹었던 순간 한 줄기의 희망의 빛처럼 구한 자리이기 때문에 비좁은 버스 좌석임에도 행복하게 암리차르로 향할 수 있었다. 다리에 쥐가 날 때쯤이면 휴게소에 들르기를 여러 번, 마침내 암리차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아직은 잠들어 있는 이 고요한 도시를 깨우지 않게 우리는 조용히 도시를 산책하기 시작했다. 이곳저곳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마침 눈앞에 아침부터 열어 있는 카페가 보여 그곳에 앉아 도시의 사람들이 눈을 뜨고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카페에 앉아서 가만히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시크교인들은 다른 인도인들과 구별되는 특징이 몇 가지가 있었는데, 남성들이 쓴 터번과 긴 턱수염이 이들이 시크교의 성지를 관광하러 온 관광객과 구별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터번은 종교적 신실함을 나타내기 때문에 시크교인들에게는 반드시 착용하는데, 이 때문에 인도 정부에서 시크교 군인들을 위한 특수한 헬멧을 제작해 주었다.
한참을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도시의 광장에 사람들을 따라 시크교의 성지인 황금사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위해서는 비시크교인의 경우 머리를 손수건 같은 것으로 가리고 들어가야 했는데, 시크교인들이 터번을 머리에 쓰는 이유는 종교적 신앙심을 보여주기 위함이고 비시크교인을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기 위함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두건을 쓰고 마주한 시크교의 황금사원의 경이로움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황금사원은 호수와 같은 곳에 떠 있는 것처럼 구현되어 있었고, 황금 사원을 제외한 다른 건물들은 모두 하얀색으로 외벽이 칠해져 있었기 때문에 황금 사원이 특히나 더 눈에 들어왔다.
시크교의 또 다른 매력은 이곳의 성지를 방문한 사람들은 종교, 출신지역, 성별, 신분 등에 관계없이 랑가르(Langar)라는 공동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음식은 간단해 보이지만 본인이 배가 부를 정도까지 계속 받을 수 있어 몇 번이고 다시 받더라도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전혀 없는 곳이었다. 식사를 맛있게 마친 후 자신이 원하는 금액만큼을 기부함에 넣으면 되었지만 이 또한 내지 않고 지나간다 하여 눈치를 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이곳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대부분 채식 위주인데, 이는 혹여나 방문객들 중 타 종교인이 올 경우 그들의 종교 내에서 금하는 식재료가 들어갔을 경우 식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함의 목적이 크다고 한다. 이처럼 시크교는 작은 부분에서도 다른 종교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이곳 암리차르에 오기 전에는 터번을 쓴 시크교인들을 보아도 어떤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몰랐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적인 가치들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었다. 특히 시크교는 과거 그들을 박해하였던 힌두교나 이슬람교도들의 사람들도 포용하며 누구에게나 자신이 가진 것을 베풀어주는 관용의 정신을 가진 종교라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특히나 현대 사회에서는 내가 아는 것이 늘 옳은 것이 아니고 잘못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다름에 대해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태도가 필수 덕목 중 하나인데, 시크교는 이러한 포용 정신을 그들의 교리에 넣어 이미 오래전부터 가르치고 있다는 점에서 멋있다고 느껴졌다. 이처럼 여행의 묘미는 이전에는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해 보면서 그 안에서 또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