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움과 함께 6년 만에 다시 찾은 타이중
6년 전 한국에서 무더운 여름이 시작될 무렵, 한국보다 더 더운 대만으로 2달 정도 봉사활동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대만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그저 대만스러움의 느낌에 알 수 없이 끌렸었다. 그렇게 짧은 2달의 시간을 보낸 후, 언제든지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이유들 때문에 이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데는 꼬박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6년 전 이맘때쯤에 무작정 친구들과 야간 버스를 타고 타이중으로 향했던 적이 있었다. 원래는 혼자 고미습지에서의 일몰을 보기 위해 타이중에 다녀오려 하였지만 결국 그날 밤에 4명의 친구들과 함께 야간버스에 탑승했었다. 아침 일찍부터 자전거와 시내버스를 타며 타이중 구석구석을 누비며, 젊음의 에너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타이베이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언젠가 이곳에 다시 돌아오기로 마음속으로 다짐했던 시간들을 추억하다보니, 어느새 버스는 타이중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5월 초의 타이중은 한국의 여름처럼 낮에는 30도가 넘는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기는 했지만 그나마 습하지가 않고 바람도 많이 불어 우리 같은 뚜벅이 여행자들이 여행하기는 딱 좋은 시기였다. 무엇보다도 타이중은 대만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이면서도 오히려 타이베이보다는 거리가 더 깨끗하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그리고 제일 좋았던 부분은 이곳의 인도는 대개 건물과 바로 붙어 있고 건물들이 지붕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강렬한 태양이나 비 정도는 가뿐히 막아주었다. 또한 가보지는 않았지만 사진 속에서만 보았던 일본의 중소도시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는데, 이는 대만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호텔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캐리어 정도만 맡기고 바로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아 나섰다. 대만은 간식의 천국일만큼 거리 곳곳에 간식거리로 먹을만한 음식들이 많았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호텔 주변에서 나름 유명한 곳을 찾아 나섰다. 한국이었다면 바로 네이버에서 맛집을 검색했을 텐데 이곳에서는 구글맵에서 남겨진 리뷰들에 의지해서 식당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Qin Yuan Chun이라는 중식당을 찾았다. 딤섬의 나라답게 이곳 역시 딤섬이 유명한 곳이었지만 뭔가 색다른 음식을 경험하기 위해 흔히 아는 샤오롱바오가 아닌 채소 딤섬과 몇 가지 음식들을 주문하였다. 나름 기대했던 채소 딤섬은 뭔가 아쉬운듯한 채소의 식감과 다소 두꺼운 듯한 만두피가 잘 어우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실망했지만 누룽지튀김에 탕수육 소스를 부어먹는 듯한 음식은 또 나름 새로웠다.
아쉬웠지만 나름 풍족했던 점심을 먹은 후 디저트 배를 채우기 위해 찾은 곳은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궁원안과였다. 이곳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에는 안경점이었지만 지금은 아이스크림 가게로 탈바꿈하였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 옆에는 선물용 디저트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있었기 때문에 평일 점심시간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타이중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도 우리는 20~30분 정도 줄을 서야 했다.
하지만 20분의 기다림의 끝에서 고른 아이스크림은 정말이지 달콤했다. 사실 메뉴가 너무나도 다양했기 때문에 두 스쿱의 아이스크림의 맛을 고르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아이스크림 가게 안에는 별도로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모두가 가게 앞에서 인증샷을 찍자마자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허겁지겁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찾은 타이중의 강렬한 햇살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이상하게 나의 마음은 그때보다 훨씬 더 여유롭고 편안했다. 아마 학생 때는 저비용 고효율의 여행을 지향했다면 지금은 비용도 효율도 모두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그저 마음과 발이 가는 곳을 가는 여행을 하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은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곳을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급한 마음보다는 그저 여유 있게 도시를 둘러보며 이곳을 좀 더 천천히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