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losome Feb 28. 2024

신은 어디에?

신은 가판대에 신념은 5유로 정도





세네갈의 커피판매대

초록색 비닐이 대롱거리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커피와 홍차가 뒤섞인 아주 묘한 향기가 나를 유인한다. 하루의 고단한 여정을 여기에 잠시 내려놓기로 한다. 두 개의 커피 포드가 양쪽에 있는데 하나는 커피고 하나는 홍차일 것이다. 보통 아주 진한 설탕과 함께 한다. 커피와 설탕 그리고 물이 균일한 비율로 들어간 이 자극적인 행복의 가격은 단돈 50프랑이다. 5월 건기에 바스러질 것 같이 버석한 여행자의 피곤함이 단 한 모금에 싹 가신다.


세네갈에선 종교가 삶이고 집이고 미래고 과거고 현재다.  그야말로 신에 대한 그들의 집착은 일상의 모든 것에서 느껴진다. 세네갈 사람들은 툭하면 '인샬라'를 외친다. '신의 뜻대로'. 내가 오늘 죽어도 신의 뜻이고 내일 벼락부자가 돼도 신의 뜻인 거다. 오늘 만나 친구가 되었지만 내일부터 신의 뜻대로 영원히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가 느꼈던 세네갈의 모습 중 하나이다. 저기 초록색 비닐봉지뒤에 붙여져 있는 마라부사진들이 그 예시이다. 마라부들은 코란의 말을 전하는 사람들인데 마치 가톨릭의 신부나 기독교의 목사와 비슷하다. 그들은 무슬림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는다. 신격화된 스포츠스타나 연예인을 보면 종교처럼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고 보면 엔터업계와 종교를 멀지 않은 카테고리이다.


사실, 삶의 모든 곳에서 종교의 영향이 보이지만 너무나 스며들어서 더 이상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매일 아침 울리는 코란의 읊는 소리도 그냥 풍경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었을까?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종교에 귀의하게 되었을까? 그렇지만 세네갈 인들의 고된 삶을 보면 구원받을 절대자가 필요한 거 같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무교인으로서 그게 무형의 어떤 것이라는 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에게 이해를 구할 문제는 아니다. 



난 지금 13세기의 건물도 추기경의 명에 지어진 종교건물이었던 도서관에서 글을 쓰고 있다. 프랑스는 가톨릭의 대장, 교황이 큰 영향력을 가졌던 나라 중 하나이다. 그래서 문화유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할 때 종교를 제외하고 아마 한 문장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타락한 종교가 남긴 수많은 유적이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현대프랑스에는 국교가 없다고 했어도 종교와 문화사이에 선을 그으면서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그만큼 생활과 종교가 가깝게 밀착되어 있다. 하지만 가톨릭 영향받은 공휴일과 문화재는 살뜰하게 챙기는 프랑스에서도 정말 종교에 귀의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극히 만나기 힘들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말이다. 가끔은 종교를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친구 L은 기독교인 이라면은 한 번쯤 들어 봤을 'Lourdes'라는 곳에 산다. 프랑스의 남동쪽에 위치한 이 도시의 인구수 1만 3천 명뿐이지만 한 해 이 작은 도시로 찾아오는 관광객의 수는 300만명에 달한다. Lourdes는 성모마리아가 발현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샘에서 나오는 물을 얻기 위해 동굴 앞에는 끊임없는 줄이 이어져 있다. 세계에서 오는 행자들을 위해 상시 여러 개 국어가 가능한 봉사자들이 24시간 대기를 하고 있고, 마을전체에 스피커로 예배소리가 울려 퍼진다. 당연히 이들이 먹고 자는 것이 'Lourdes' 주민의 주요 수입원이다. 이 작은 마을에 세상의 모든 메이저 브랜드 호텔들이 즐비해 있으며 파리직항이 있는 공항도 있다. 영화관에서는 종교에 관련된 영화가 철 가리지 않고 상시 상영 중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줄곧 자라온 내 친구는 종교이야기가 나오면 질색팔색을 하면서 신은 엄청난 장사치이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마리아 상, 나에겐 석상은 그리기 좋은 것 중 하나이다.

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좀 더는 말하자면 현대 사람들은 신의 껍데기를 좋아한다. 이게 가끔 정말 환장스러운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혹시 5유로짜리 붓다 머리를 보았는가? 유럽의 대형마트에 있는 잡동사니 코너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신의 머리를 댕강 썰어와 어딘가에 냅다 얻고 '오리엔탈 장식'이라고 부른다.


한 번은 어떤 학자와 이 이상한 집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왜 유럽인들은 부다상을 그렇게 값싸게 소비하죠?' 
'아마 가장 값싸게 참회할 수 있는 방법이라서? 부다 = 젠 = 포용이라는 아주 일차원적인 사고의 흐름, 그리고 불교가 기독교나 이슬람교에는 찾아볼 수 없는 유럽인들에게는 새롭고 순수하고 종교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10유로였던 게 5유로로 떨이로 나오면, 식료품들과 함께 사 와, 테이블 끝에 냅퀸과 함께 처박아 둘 거면서 무슨 참회는 무슨...이라고 생각했지만 나 또한 Lourdes에 갔을 때 5유로짜리 성수를 사 와서 서랍에 처박아 두고 이사 갈 때나 발견한 것을 고백한다. 그렇다, 신념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진지하게 알아볼 마음은 없기에 가장 쉬운 방법, 신념을 값싸게 사가는 것이다. 그것은 5유로 정도 한다. 어찌 됐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인생에서 얄팍한 신념을 위해 5유로 정도 지불할 수 있다. 물론 종교의 참뜻을 알기 위해서 진심으로 다다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종교의 껍데기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껍데기가 판치는 세상이라도 껍데기들끼리 차별하는 건 못 봐주겠다. 예수의 머리나 마리아의 머리를 잘라놓으면 미술관에 놓고 오프닝까지 해줄 거면서 부다의 머리는 스파 리셉션에 갖다 놓는 건 너무나 차별이 아닌가?라고 어느 껍데기 신자가 주절거려 본다.


Borée (Ardéche), 세상의 끝 같은 곳에서도 언제나 신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의 이전글 Tricot, C’est la vi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