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기도 전에 나를 알고 있던 사람들
소문에 시달린다는 것은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시험대 위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어디 한번 보자"라는 시선으로,
아주 고약한 면접관이라도 만난 듯,
끊임없이 들어오는 압박적인 표정과 말들에 위축되면서도
내게는 나쁜 의도가 없음을 끝까지 보여줘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내가 받는 상처는 무시된 채
"아니었음 말고"로 끝맺음을 맺거나
혹은 "어디까지 하나 보자"로 끝없이 사람을 괴롭히는 것.
캠퍼스에서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매 새로운 만남에 매번 바보 같은 기대를 했다.
친구 만들기로 유명한 다음 학기 교양 땐
나도 즐겁게 학교생활을 해볼 수 있을까,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기대.
20대 초반의 보통 청춘들이 그러하듯,
나도 좋은 친구들을 만나 진심으로 서로를 위해주고 응원해 주고
함께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아주 소박한 기대.
그런 헛된 기대가 나를 버텨내게 했었고
또 그런 기대가 매번 나를 더 무너지게 했다.
나와 얘기를 나누기도 전에,
나에 대해서 알아가기도 전에
이미 나를 알고 있던 사람들.
돌아보면 너무 우스운 기대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자꾸 씩씩하게 해 나가려는 나를 신기해하며 비웃었다.
"쟤는 왜 자꾸 저런 걸 참여하려고 하는 거야?
계속 왕따만 당할 거면서."
소문으로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은
거짓되고 사악한 몇 마디 쉬운 말로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운 분노를 일으키고
본인은 가만히 앉아서
다른 이들의 정당화된 악행과
추락해 가는 타깃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것.
소문에 시달린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사람을 만신창이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폭력과 괴롭힘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