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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랩네뷸라 Jan 16. 2022

<이웃집 토토로>,
순수한 그 시절로

동심의 순수함이 이끄는 새로운 세계.

이웃집 토토로 (1988)


이웃집 토토로, 토토로
토토로, 토토로
숲 속에서 옛날부터 살고 있는
이웃집 토토로, 토토로
토토로, 토토로
어린아이 시절에만 당신을 찾아오는
이상한 만남


 어릴 적 난,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나는 상상을 했었다. 우산을 들고 담장 위에 올라가서 뛰어내린다거나, 낙하산을 만들어 높은 벽 위에서 떨어트리기도 했다. 바람은 거시적이자, 매우 추상적인 존재이다. 공기의 움직임은 우리가 매개 없이 바로 관찰하기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만큼 바람은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어디에서든지 생길 수 있다.


 토토로가 고양이 버스를 불러 사츠키와 메이를 엄마에게 데려다준 것도 마찬가지이다. 고양이 버스는 마을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고, 사츠키와 메이에게만 보인다. 고양이 버스가 지나가는 길은 나무와 풀이 길을 터주고 하늘과 땅을 자유자재로 넘나 든다.

고양이 버스와 토토로, 사츠키

먼 옛날부터 여기 있었나 보다.
옛날엔 나무와 사람이 친구였단다.


 아버지 타츠오가 사츠키와 메이에게 해준 말에서 지브리의 생태주의가 드러난다. 나무와 사람이 친구였다는 사실을, 그 사실이 과거형으로 서술되며 현재는 그렇지 않음을 시사하는 영화의 주제를 꿰뚫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토토로와 마쿠로 쿠로스케 같은 숲의 정령들은 속세에 때 묻은 인간에겐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순수한 어린아이들에게만 보이고 어린아이 시절에만 찾아온다.

바람과 같은 토토로, 하늘을 나는 메이와 사츠키


 인간은 태어나서 유아기에 혼돈의 시기, 즉 자신과 나머지 세상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갖은 경험을 해 패턴을 습득하게 되고 그 패턴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을 뇌 안에서 재정리하여 이해하기 쉬운, 친숙한 실재를 재창조한다. 그 패턴이란 뉴런 사이의 구조와 한 자극에 대한 연쇄 작용의 경향으로 정리될 수 있는데, 그 경향이란 오랜 간의 경험으로 인해 축적되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뀌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또 다른 강렬하거나 오랜 경험이 요구된다. 촉각을 시각으로, 미각을 청각으로, 청각을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감각적 공감능력은 어른이 되어버린 나로선 다시는 얻을 수 없는, 누구나 얻고 싶어 하는 신비한 경험일 것이다. 그 경험을 토토로와 고양이 버스로써 재치 있고 신박하게 표현해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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