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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Mar 08. 2024

아프다, 몸이 내게 말했다.

마음도 함께였다.

몸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몰랐다. 

건강의 의미를.

눈을 뜨고 있을 때나 자고 있을 때나 내 몸은 쉴 틈없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그 몸의 주인은 아무것도 몰랐다. 

살찐 몸이 부끄러워 가릴 생각만 했지,

살찐 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가끔 생각나면 최대한 빨리, 살을 뺄 방법이 있나 찾아봤을 뿐

근본적으로 내 몸을 챙길 생각은 없었다. 


살던대로.

관성대로, 아침 밥 차리고 남은 것을 먹다 그래도 남는 것은 점심으로 해결하고

나 아닌 식구들을 위해 간식과 저녁상을 준비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동안 아니, 결혼한 이후 나를 챙겨주지 못했다. 

나를 챙길 틈이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나인데,

어쩌면 내게는 전부인데,

가끔 충격적인 일이 생기면 잠시 나를 바라보았을 뿐

언제나 내게 나는 뒷전이었다. 


문제는 누구도 시키지 않은 자발적 희생을 하면서  

나는 늘 남의 탓을 하고 있었다. 


나를 챙기지 않는 남편이 야속했다. 

(이를테면 화장실 청소는 하겠다고 하더니, 손도 대지 않는다고 (몰래) 째려보고

맞벌이를 그만 둔 후 정확히 손을 뗀 분리수거 역시 그러하다. 일주일에 한번 분리수거 날이면

몇번씩 분리수거장과 집을 오가며 적어도 한번 이상은 불평을 했다.)

직장에 다니는 남편의 점심시간과 '오늘 늦어'라는 문자 한통에 저녁시간을 누릴 수 있는 

외벌이 가장의 당당한 자유가 부러웠다.(술을 마시지 못하게 된 지금도 그러하다)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집안일, 

모두가 집을 떠난 후 깨끗이 청소해도

그들이 돌아오면 반시간 내 원상복귀되는 집안.

집안일에 손도 까딱하지 않는 남편에 대한 불만은

차려놓은 밥상도 깨작거리며

공부하기 싫어 도망다니고 딴짓만 하는 아이들에게로 분출됐다.


소중한 하루의 감사함 대신

매일매일 반복되는 지리함에 지쳐갔다.

가끔 소소한 행복을 느낄 때도 있었다. 물론.

하지만 그것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감사함을 모르는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얼마전

간신히 버티고 있던 내 몸, 어쩌면 정신이 내게 경고장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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