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호야 May 20. 2022

34. 맛있지만 이름은 생소한, 똠카

손님 맞이 태국 요리 한 상 3

 보통 '태국요리 먹을래?'하면 많이 떠올리는 음식들보통 팟타이, 팟봉커리(일명 게 커리), 똠얌꿍... 정도 같다. 베트남 쌀국수나 미고랭, 나시고랭도 뭉뚱그려 동남아!로 묶어서 같이 떠올리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저 명단 중 팟타이, 뿌팟봉커리는 무난해서 많이들 아는 것 같고, 똠얌꿍은 사실 먹어 본 사람들은 적지만 (어쩐지 두리안처럼 악명이 자자한 느낌으로다가) 이름은 아는 사람들이 많 것 같다. 막상 시키면 생각보다 괜찮다며 잘 먹는 경우 많은데, 선뜻 손대기 쉽지 않은 괴식이라는 이미지가 있나 보다. 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여행부터 가서 별다른 편견 없이 먹었고, 반했었다.


 그래서 보통 태국요리를 처음 먹는 사람과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 팟타이, 뿌팟봉커리, 쏨땀, 카오팟(볶음밥) 정도 시키고, 한두번 먹어 본 사람이라고 하면 그린커리가 어떤지 물어봐 시키고, 같이 몇 번 갔을 때 똠얌을 좋아한다고 하면 똠얌꿍을 시키다가,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밀도가 좀 높다(?)하면 똠카를 시키는 편이다. 굳이 싫어하는 사람에게 비싼 돈 내가며 눈치보고 싶지 않아서, 가급적이면 같이 밥 먹는 상대방에 맞추는 편이다 보니 나름의 매뉴얼이 생겼다.


 똠카는 오일이 들어가지 않은 수프, 국이다(레시피북 필기 참조 히히). 보통 똠카까이로 많이 파는데, 까이(닭)를 뒤에 붙인 거라서 치킨이 들어간 똠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생김새와 이름은 낯설지만 재료는 의외로 똠얌꿍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오히려 해산물 대신 치킨만 있으면 돼서 더 쉽다) 똠얌꿍을 파는 태국요리점에 꽤 많이 판다. 보통 유심히 보지는 않지만... 나는 요일별로 다른 메뉴를 가르쳐주던 방콕의 쿠킹 클래스에서 우연히 날짜가 맞아 떨어져서 배웠었다. 사실, 태국여행은 보통 혼자나 둘 정도 소인원으로 다녔기 때문에 여러가지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어서, 나도 수업에서 듣지 못했다면 먹어볼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사실 마지막까지 똠카를 할지, 집 앞 태국요리점에서 똠얌꿍을 사올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재료도 일단 다 산 김에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보고 영 망했다 싶으면 사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글은 엄청 쿨하게 썼는데, 영 간을 못 맞춰서 한참 고생해버렸다ㅋㅋㅋㅋ


 똠카 까이 만들기(2인분 기준)

재료: 닭가슴살 200g, 코코넛크림 1컵(보통 파는 코코넛밀크 250ml), 코코넛밀크 2컵(코코넛크림 1컵에 물 1컵 섞은 것), 똠얌세트(레몬그라스 2줄기, 건 라임잎 10장쯤, 갈랑갈 1조각, 고추 취향껏), 양송이 4개, 피시소스 3큰술, 흰 설탕 3작은술, 라임즙 5큰술, 토핑용 고수 약간

1. 재료를 다듬는다. 갈랑갈은 편으로 썰고, 레몬그라스는 두꺼운 쪽부터 45도로 썰다가 보라색이 안 보이면 그냥 송송 2cm 간격으로 썬다(이 부분은 향이 적다). 양송이는 대충 줄기 따로 떼고 1/4로 잘랐다. 건라임잎은 찢고, 고추는 취향에 따른 개수를 선택해서 으깨라고 되어있다. 나는 1개 으깼다가 매워서 중간에 빼고 나머지 하나는 토핑용으로 마지막에만 올렸다. 닭가슴살은 대각선으로 자른다.

2. 코코넛 크림과 코코넛 밀크를 냄비에 넣고 끓이다가, 준비한 갈랑갈, 라임잎, 레몬그라스를 넣고 향이 뿜뿜할 때까지 끓인다.

3. 닭가슴살과 버섯을 넣고 마저 익히다가 간을 한다. 원래 레시피는 1인분 닭가슴살 70g, 초고버섯 2개 기준인데, 나는 닭은 거의 3배, 버섯은 2배를 넣었더니 레시피상 시즈닝(라임/피시소스 1큰술, 설탕 1작은술) 단순 2배로는 싱거워서 거의 세 배를 넣어도 싱거웠다. 개인적으로 새콤한 편을 더 좋아해서 라임즙은 좀 더 넣었다. 간을 맞출 때 으깬 고추도 같이 넣는다. 매운 고추라면 씨를 빼는 게 덜 맵다.

4. 재료들이 적당히 익으면 불을 끄고 토핑으로 고수 한 줄기를 올려서 서빙하면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다른 요리 때문에 미리 만들었다가 음식을 내가기 전에 한 번 더 끓여서 내놨더니 더 맛이 좋았다. 오래 끓이는 게 향이 우러나서 더 좋은 것 같다.
칼리프 라임잎은 그린커리에도 넣느라 반 정도만 썼다. 레몬그라스를 처음엔 이 만큼만 넣었다가, 향이 모자라서 나중에 더 넣었다. 버섯은 레시피는 초고버섯, 나는 양송이.
레몬그라스는 흰 동그라미 안에 보라색이 안 보일 때까지만 대각선으로 자르고, 나머지는 쿠킹클래스에선 안 썼는데 블로거들은 줄기도 그냥 2~3센치로 잘라서 넣길래 나도 넣었다.
나를 좌절하게 한 닭가슴살... 첫 생고기 도전이었는데, 비건이 될 뻔했다.
여러분 코코넛밀크는 절대 실온보관입니다. 냉장고 넣으면 이렇게 돼요ㅠㅠ 똠카를 만들면서 열심히 그린커리용을 데웠지만 잘 안됐다. 잘라서 긁어 넣었다.
순서대로 몽땅 때려박고 향을 내고 간을 맞추면 끝인디, 설탕이 거하게 뿌려져서 피쉬소스랑 라임 맞추기 어려웠다.
완성! 똠얌 세트에 있던 고추는 정말 너무 매웠다. 그치만 매끈해서 예뻤다.

 고기를 많이 써서인지(왜 마트에서는 140g을 팔지 않는가ㅜㅜ) 똠얌세트의 양이 적어서인지 생각했던 것 만큼 향도 적고 간이 잘 맞지 않아서 거의 20번은 간을 본 것 같은데, 중간에 레몬그라스 줄기도 추가하고 거의 곰탕마냥(실제로 곰탕을 해 보진 못했지만) 계속 끓였더니 향이 우러나서 점점 맛있어졌다. 비상용 똠얌꿍을 사오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었다.


요리 초보가 들을 수 있던 최대의 찬사..!

 결과는 성공! 평소에 소식하던 친구가 밥을 추가로 먹을 만큼 열심히 먹고, 집에 가서도 메뉴 이름을 물어볼 정도라 정말 뿌듯했다. 그치만 다음에는 좀 더 정량을... 맞추고 싶고, 레몬그라스도 길러서 먹고 싶어졌다. 검색해보니 레몬그라스를 요리용으로 사서 물꽂이를 하면 뿌리가 나고, 심을 수도 있다는 것. 물론 밑동을 써야 하니까 다음에 시킬 때 좀 넉넉하게 사면 충분히 모종으로 써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향이 굉장히 강한 편이기 때문에(순해 보이지만 코코넛까지 포함되어서 똠얌꿍보다 더하면 더했지 약하지 않다) 향신료를 싫어하시는 분이 계시면 절대 권장하지 않는다! 그치만 새로운 음식이나 향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커리 재료 사면서 같이 사서 준비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이게 뭐라고 쓰는 데 거의 3주가 걸렸는지! 한국어로는 레시피가 잘 안 나오는 편이라서 마음 먹고 적고 싶었는데 야근한다고 하루에 한두줄만 적고 뻗기만 했더니 한참 걸렸다. 근의 클라이막스인 임시 TF팀까지 어제 무사히 마쳐서 이제 좀 혼자 10일만 더 버티면 되겠다 싶었더니, 팀원 한 분이 확진이 뜨셔서 오셨던 분들께 연락도 돌리고 오전 내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점심에 병원도 다녀오고 간만에 혼밥도 하면서 글을 좀 쓰니 약간 힐링이 되는 기분도 들고, 역시 내가 I로구나- 하고 있다. 다시 잠이 오는 건 실제로 수면시간이 부족해서겠지만, 커피 한 잔 마시고 오후도 힘을 내야지. 금요일이다 금요일!


매거진의 이전글 33. 풍미 가득, 레드커리와 그린커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