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디 Feb 14. 2022

내 인생은 영화가 아니니깐

A lot like love (2005), SAGA의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HVNFSOd931g

내 인생은 영화가 아니니깐 -  SAGA

제 최애 영화 장르는 로코입니다. 10대들은 영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에 관련된 글을 어디서 읽었어서, 때리고 부수고 피 나오는 건 일부러 안 봤어요. 대신 로맨스를 좋아했습니다. 교복 입던 시기 봤던 로맨스 영화들은 20대, 제 선택에 꽤나 많은 영향을 줬어요.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를 보면서 스무 살 유럽 여행 계획을 세우고, 교환학생 기간에는 글루미 선데이나 미드나잇 인 파리 촬영지를 찾아다니기도 했고요. 이터널 션샤인을 보다가 미셀 공드리 감독에 완전히 빠졌던 때도 있습니다. 불어를 공부하게 된 것도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오늘 소개하고 싶은 영화는 2005년 작의 A lot like love입니다.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로는 <내 인생은 영화가 아니니깐> SAGA의 노래를 추천해요!


A lot like love 엔딩크레딧 흑백사진

좋아하는 로맨스 장르 중 최애 영화를 꼽으라면 2005년작의 A lot like love  였습니다. 이 영화는 초등학생때 친구네 집에서 같이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게 첫 경험이었는데 중학교 때도 찾아보고! 고등학생 때는 아.. 이런 사랑이 있어! 수능이 끝나면 이런 연애가 찾아올 거야! 하는 망상 아닌 망상도 했어요. 어쩌다 생각이 나서 올해 1월과 오늘 다시 보고 느낀 점은 아.. 밀렸네 밀렸어! 입니다. 제 최애 영화 자리에서 밀렸어요. (별로 안중요) 그래도 오랜 시간, 가장 좋아했던 영화인 이유는


1) 청춘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변화하는 시기다

2) 어떤 일이 일어나던 될 운명은 된다!

3) 서로 웃을 수 있게 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메세지를 줬기 때문입니다.




1) 청춘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변화하는 시기다

처음 만났을 때와, 3  만났을 ! 마지막의 올리버와 에밀리의 모습입니다. 외적으로 달라지고, 내적으로도 둘은 많이 달라져요. 영화 초반, 올리버는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해야 가야 하는 타입입니다. 오늘 해야  일이 있고 갑자기 술집에 가서 술을 먹는 것도 부담스러워하죠.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지."
"순서?"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해야해."
"그 일이라는 게 뭔데?"
"평범한 것들이야. 직장이나 사업, 집, 미래.."
"그러면 이상형의 여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그럼. 내 여자 문젠 걱정 마 잘하고 있으니까"

반면 에밀리는 즉흥적이고, 남자가 술값을 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여자였죠. 같이 술을 마시고, 계산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요. 온라인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성공할 거라는 올리버를 비꼬기도 합니다. 선물 받은 거라고 사진도 찍지 않는 올리버의 카메라를 뺏어서 필름 한통을 다 써버리기도 해요.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어떡할 거야?"
"계획대로 될 거야. 차곡차곡. 20년이나 걸리지 않아. 5년이면 충분해 길어야 6년. 난 인터넷으로 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야."
"그때쯤이면 여자들이 줄을 서겠네."
"지금 비꼬는 거지. 6년 후면 빵빵한 직업과 내 소유의 집, 고급차에 장래까지 보장받은 내가 사랑할 여자 하나 못 구할 것 같아?"
"그럴 것 같아."

술집에서 에밀리에게 무시를 당한 뒤, 올리버는 에밀리에게 부모님 번호를 넘겨줍니다. 6년 후에 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보라고요.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무시당한 20대 초반 남자의 객기? 정도였죠.

3년 후 에밀리는 배우로서의 꿈을 우습게 보는! 남자 친구와 연말에 헤어집니다. 연말을 혼자 보내기 싫어서 전화를 돌리던 도중 올리버가 생각나고, 둘은 다시 만나죠. 3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둘은 내적으로 많이 변해있습니다. 올리버는 즉흥적으로 데이트에 응하고, 연말 파티도 갑니다. 에밀리는 커피를 먼저 사려고 하고요. 3년 만에 완전히 변한 거죠.



2) 어떤 일이 일어나던 될 운명은 된다!

Don't ruin it! 결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마다 에밀리가 늘 하는 이 말 때문에 둘은 함께하지 못합니다. 처음 뉴욕에서 키스를 하고, 3년 후에는 연말 파티에서 또 키스를 해요.


2년 후, 올리버와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에밀리를 찾아가서 정말 좋은 추억을 쌓기도 합니다.


하지만 둘은 연애로 이어지지 않아요.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입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일어나던 될 운명은.. 어떻게든 이어지는구나.. 했던 것 같아요.



3) 서로 웃을 수 있게 하는 사람과 함께하자

흔히 코드가 잘 맞는다!라고 하죠. 저는 알라딘에서 1시간 동안 웃을 수 있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같이 좋은 곳을 가도 굳이 굳이 단점만 찾던 친구들도 있었어서, 늘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을 찾아야겠다.. 이 영화를 보고 결심했던 것 같아요.

유명한 치토스 먹을래? 파이 먹을래? 짤도 좋지만 저는 중국집 씬을 더 좋아합니다.

코에 빨대 꼽은 것도 너무 귀엽고요.

상대 기분을 풀어주려고 최선을 다해서 웃기는..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누구나 원하는 연애를 보여줘요.

주말이나 너무 힘들었던 금요일에 보면 행복해지는 영화입니다. 추천해요! :0





내 인생은
어차피 영화가 아니니깐

그럼 왜 이제 A lot like love 가 최애 영화가 아닌가! 하면, 물론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SAGA의 노래처럼 인생은 영화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꽤나 순수하고, 처음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남아있는 나이지만 더 순수했을 때 믿었던 운명! 진정한 사랑! 나만을 위한 남자! 이런 건 기대할 수도, 기대할 필요도 없다는 걸 아니까요. 현실 연애나 결혼은 에밀리나 올리버보다는 영화 <봄날은 간다>에 더 가깝죠. 다시 돌아온다 해도 사람은 바뀌고, 상황은 바뀌었고 사랑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가사처럼 혼자 고독한 시간이 많아야 더 행복해지기도 하고요.


그래도 로맨스 영화는 좋습니다. 기왕 영화를 볼 거면 해피엔딩이 좋고요. 또 에밀리는 듣기 싫은 얘기 (올리버가 전 여자 친구 얘기를 한다거나)를 들을 때 노래를 겁나 크게 불러서 나중에는 둘이 같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아 이런 건 나도 해봐도 되겠다 싶습니다. 아주 좋은 방법이네요.


오늘 별마당 도서관에서 로맹 가리의 책을 읽었습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로맹가리는 평론가들의 쓸데없는 비판과, 자신의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출판사에 글을 보내 책을 출간해요. 그 중 콩쿠르 상을 수상한  '자기 앞의 생'은 출판사에서 광고를 통해 원작자를 찾으려고 할 정도로 히트였죠. 로맹가리는 권총으로 자살하고, 그의 유서를 찾던 중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 발견되며 로맹가리가 에밀 아자르였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같은 사람이었던 에밀 아자르는 극찬하고, 로맹가리의 글은 비판했던 평론가들에게 죽어서도 통쾌한 복수를 한 거죠. 정말 영화 같은 삶입니다.


인생은 영화가 아니고, 우리는 모두 착각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가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고 한 번쯤은 마음 가는 대로 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올리버와 에밀리는 영화 속의 사람들이고, 바쁘고 바쁜 현대사회에서 적절한 시기나 서로에 대한 관심은 쉽게 찾아지지도, 생기지도 않으니까요.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 가짜 필명을 써서 글을 내봐야지! 하며 상상을 현실로 옮겨서 콩쿠르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로맹 가리처럼 그런 결정들이 모이면 영화에 조금 더 가까운 삶이 되는 것도 같고요. 살면서 정말 좋고 영화 같은 추억이 있는 건 행복한 일이잖아요. 좋은 선택이 맞는지, 결정이 어려울 때마다 후회가 남지 않는 쪽이 더 좋은 선택이라는 걸 믿어 보려고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