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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

05.Friday3:13_썸머

찰나의 순간이 가지는 아름다움에 빠지게 된 건 그렇게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그저 오래된 연인이 같은 루트의 데이트를 하는 것이 지겨워져서 새로운 재미를 찾게 되었고 그러다가 공통 관심사 중 하나였던 필름 카메라 두대를 지인에게 구매했다. 처음은 그렇게 단순하게 시작되었다.
생각해보면 그전부터 굳이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걸 좋아했었다. 그렇게 찍어뒀다가 문득 생각날 때면 핸드폰 사진첩을 옛날부터 다시 쭉 정주행 하면서 '아, 이땐 이랬지, 저땐 진짜 저랬었는데' 하면서 추억에 잠기는 걸 즐기곤 했었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좋아하는 피사체는 확실하다. 바로 '사람'이다. 처음엔 필름 한 장이 아깝고 사진 실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물론 지금도 실력은 취미 정도이다.) 사물에 쏟지 말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쏟자!라는 생각이었는데 점점 사진을 찍을수록 인물을 찍었을 때가 더 재밌고 사진에 찍힌 결과도 마음에 들었다.

내 주변 사람들의 그때 그 순간을 내 손으로 남겨서 그 사람이 다시 그 순간을 회상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제일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필름으로 찍었을 땐 사진을 인화해서 엽서처럼 내 마음과 함께 선물해 주곤 했었다. 그렇게 점점 사진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지금은 디지털카메라 1대, 폴라로이드 사진기 2대, 필름 카메라 1대 를 보유하고 있다.
어딜 가든 작은 가방을 메야하는 상황만 아니면 한대는 꼭 소지하고 다닌다.
재작년에 제주도 여행 갔을 땐 필름 카메라랑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지고 갔었는데 메인으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어떤 장소에 가던지 사진을 꼭 한두 장씩은 남겼는데 그걸 보면 여름 제주도의 빛바랜 느낌인 폴라로이드의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여전히 여름 제주도가 생각날 때면 꺼내보곤 한다.
작년 제주도 백패킹을 갔을 땐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갔었다. 그때도 여름의 푸릇함이 잘 담기는 선명함과 편리함 때문에 사진을 많이 찍고 온 기억이 있다. 그때는 나보다 일행과 자연을 더 많이 담아왔다.
이처럼 카메라 각각의 매력이 사진을 질리지 않게 만들어 준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정말 사실이다. 기억은 언제나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가끔은 서글프게 한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은 '미리 찍어둘 걸...'이다. 지금은 거리에서 네 컷 사진기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사진 찍기가 참 편한 세상이다. 사진관에 가서 미리 세팅된 후 찍어야 하는 부담감 없이 그저 어느 때든 편하게 찍을 수 있고 남길 수 있다. 그래서 나 또한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정말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확신이 든다.


여전히 사진을 잘 찍는 법은 모른다. 사실 기계를 잘 다루는 편이 아니라서 아직까지도 조작법을 자주 까먹고 버벅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레임 안에 담긴 찰나를 볼 때면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아 진다.

요즘은 내가 안 찍혀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담고 싶어 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것들이 아쉽고 그것들을 쉽게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나이가 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 찰나의 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빛나고 있었는지 다시 추억하게 해주는 좋은 매개체여서 일수도 있다. 사진은 누군가, 또는 무엇과 함께 일 때 그것이 프레임 안과 밖이더라도 함께 이기 때문에 더 빛나고 더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지금에 집중해서 순간을 기록하고 싶고 나누기도 하며 시간의 흐름을 간직하고 싶다.

앞으로도 모든 것들과 함께 아름다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만의 작은 세상을 많이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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