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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 우리가 함께한 시간

03.Friday3:13_썸머

당신과 나, 우리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어느덧 7년이 흘렀다. 8년의 새로운 연도를 함께 맞이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오래 연애할 수 있어?’라는 질문은 이제 익숙하다. 그리고 나의 대답은 항상 ‘글쎄… 어쩌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라는 심플한 대답이다. 물론 우리에게도 큰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7년의 연애 기간 동안 두 번 정도 우리는 헤어짐을 생각했다. 첫 번째는 다툼이 위기의 발화점이 됐었고 두 번째는 오랜 기간 동안 바뀌지 않는 것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두 번째 위기를 말해보자면 너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인가?라는 생각에서 시작해서 긴 시간을 거쳐 우리는 다른 사람인 걸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서운함과 불만들이 번번이 우리의 관계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에 대해 지쳤었다.
 누군가를 내 기준에 맞춘다는 것은 이기심이다. 그리고 연애는 그런 이기심을 바탕으로 맞춤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게 만든다.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연애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춰지길 기대했던 시간이 있었다. 기대감과 실망감을 반복하는 것이 지칠 법도 한데 나는 끊임없이 요구했고 그러다 문득 지금 우리의 연애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개인의 본질을 타인이 바꾸는 게 타당한 걸까? 내가 무어라고, 무슨 권리로.
 그래서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지는 것을 그만두고 당신과 나, 서로 다른 우리 자체로 생각의 방향을 바꿔봤다.
 우리는 반대의 성향을 가졌고 그걸 MBTI가 잘 보여준다. (이 얼마나 간단하고 설명하기 편한가) 나는 INFP이고 남자 친구는 ENTJ와 ESTJ를 왔다 갔다 한다. 남자 친구의 N과 S로 우리의 궁합은 최고일 때도, 최악일 때도 있다. 여기서 우리의 문제는 한눈에 보인다. 감성적과 이성적, 공감 능력의 차이 등등 굳이 우리의 상황으로 예를 들지 않아도 될 만큼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MBTI가 작년부터 유행했으니까 우리는 6년 동안 서로에게 자신을 설명하고 설득하느라 진을 뺐다. 물론 지금도 100% 이해한 건 아니다. 아직도 고개를 절레절레하면서 한숨과 함께 상황을 넘길 때가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물어본다면 이 대답 또한 심플하다. ‘그래서 헤어질 거야?’라는 물음 하나면 답이 나온다. 연애 초반엔 사과를 받고서도 감정이 풀어지지 않아서 풀어질 때까지 기분이 태도가 됐었다. 하지만 이젠 저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면 다툼도 끝까지 가지 않는다. 어차피 헤어지진 않을 건데 서로 감정 소모를 하고(엄청나게 큰 소모이다) 안 좋은 모습만 보이기 때문이다. 오랜 연애를 하면 서로를 잘 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더 편해지기도 하지만 단점도 알게 된다. 그래서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도 많다. 사랑하기에도 바쁜 젊음을 비관적인 감정으로 깎아 먹는 것이다. 이러한 회귀는 좋지 않다는 걸 깨달은 순간 답을 찾았고 우리는 같은 실수와 화해를 반복하면서도 같은 물음과 답으로 해결해가며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의 오랜 연애 비결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대답은 심플하지만 그 안에도 몇 가지 팁이 존재한다. 우선 우리는 취미를 같이 가지려고 노력했다. 필름 카메라, 서핑, 백패킹 등등이 있다. 주로 활동적인 남자 친구의 취향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더 열정적이다.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를 추가로 구매해서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편한 오토캠핑보다는 고생을 즐기는 백패킹을 더 선호하게 됐다. 이렇게 취미를 같이 가지면 오래된 연인의 보편적인 루틴인 지겨운 데이트 코스를 매번 새롭게 바꿀 수 있고 서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핸드폰만 보지 않고 다음은 무엇을 할까?라는 대화를 하게 된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연인과의 활동성이다. 우리만의 특별한 추억은 서로를 더 애틋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메이트가 되게 해 준다. 유일성을 갖는 것이다. 이 유일성이 유대감으로 이어져 관계를 단단하게 해 준다.
 그런 시간들과 추억이 쌓여 당신과 나는 우리가 되었고 우리는 함께 과거를 보냈고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꿈꾸고 있다.

당신과 나의 ‘우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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