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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시간

03. Friday 3:13_수수


초연결적인 요즘 사람

나는 연결되어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브런치를 통해서 나를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고,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시답지 않은 내 일상의 단면을 쉽게 공유하기도 하며 회사에선 동료들과 주말엔 가족과 남자 친구와 그리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모든 시간 누군가와 어떻게든 연결되어있는 초연결적인 요즘 사람이다. 이런 나에게 차가 생기면서 아무것과도 연결되지 않은 단 한 시간이 주어졌다.


나만의 섬

내 차가 생긴 지 세 달 된 초보 운전자이다.

아직은 초보라 운전하면서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없다. 신호와 앞 차 그리고 내가 가야 할 길만 생각한다. 아직 새로운 길에 대한 부담이 좀 있고, 내가 주로 가는 길은 회사와 집 정도이다. 다행히 주로 가는 길 정도는 눈 감고도 길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차에서 하는 생각은 길 신호 그리고 앞 차이다.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출퇴근 시간, 가끔 그날 유독 맘에 드는 곡을 흥얼대기도 하는데 보통은 조용히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주 우연히 아무와도 연결되지 않은 유일한 시간을 갖게 됐다. 그리고 이 시간은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됐다.


Forget it ALL!

차를 사기 전엔 하루 두세 시간 정도를 그냥 버려도 되나 싶었다. 나는 요즘 사람이라 끝없이 비생산적인 행동을 하고 끝없이 죄책감을 느끼는. 생산적이지 않은 , 효율적이지 않은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사람이었다.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면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대화를   있지만 차를 타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  시간 동안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나 고민됐다. 여러 이유로 결국 차를 갖게 된 나는 도로 위 차 안에 있는 시간을 갖게 됐고, 사기 전과 다르게 이제는  쿨해졌다. 연결되지 않았을  충전되는 기분을 어쩌면 처음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9살에 느끼는 새로운 감정이라니,  늦나 싶지만 어쨌든 정말로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됐다고 생각될 정도로   시간이 내게 많은걸 바꿨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다가 도착지에 다다르면, 머리가 가벼워지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게 멍 때리기의 힘이라는 걸까! 약간은 운전이 익숙해져서  다른 생각들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들이 강하게 밀려올  아무 생각도 말고, 잠깐 머리를 비우자고 되새긴다.  잊어버리자고.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안에서 나는 이런 생각만  것이다. ‘지금 나는 회사를 가고 있고, 오늘 하루를  보내자’ - ‘나는 집을 가고 있고, 오늘 하루는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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