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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순간

03. Friday 3:13_채채

 어느 때, 그 찰나의 순간에 느껴지는 행복이 있다. 스스로도 ‘갑자기?’라고 되물을 정도로 평범하고 일상적인 그 순간이 감사함으로 이어지고 “정말 좋아.”라는 말만 하다가 내면이 충만감으로 꽉 채워지는 그때!

그 순간이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직 해가 완전히 넘어가지 않은 저녁에 집으로 걷다 보면 느껴지는 특유의 분주함이 있다. 경보를 하듯 빠르게 집으로 향하는 사람, 마을버스 환승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 마트에서 장을 봐서 서둘러 가는 사람, 반려견을 산책시키면서 가족을 마중 나오는 사람.. 나는 그들과 함께 걷다가 문득 내게 돌아갈 집이 있고 그곳에 가족들이 있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낀다. 분명 여느 날과 다름없이 평범한 일상인데 마침 그런 날엔 적절한 바람까지 불어와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그 시간을 새롭게 기억하게 된다.

후다닥 집으로 들어와서 해가 지기 전에


청이랑 함께라면

 나는 6년 차 집사이다. 우리집 주인님은 내가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어디에 숨어있다가도 항상 침대로 올라와 내 발 옆에 자리를 잡는다. 내가 엎드려 다이어리를 정리하는 동안 식빵을 굽고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편안해지면 배를 벌렁 까고 누워 자는데 그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 사랑하는 연인이어도 6년이면 한 번쯤은 지겨울 수 있는데 어쩜 이렇게 매번 새롭게 예쁜지. 할 일이 다 끝나도 그 모습을 더 보고 싶어서 혹시나 움직이면 내려갈까 봐 스탠드도 끄지 못하고 바라보는 그 순간은 나의 일상을 특별하게 기억하게 한다.

싱글 침대에서 너와의 동침이란


 외에도 아침 샤워를 마치고 창문을 열었을 때, 초겨울 아침 찬 공기가 코를 살짝 찌를 때, 강변북로를 달리면서 한강에 부서지는 햇살을 마주할 때, 마트에서 마지막 남은 연어초밥을 집어 들 때 나는 행복하고 그 순간을 좋아한다. 평범한 일상이 감사함과 행복함으로 번지는 데까지 몇 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반면에 끝도 없이 부정의 늪에 빠질 때는 이런 긍정의 순간들 열개가 단 한 개의 부정으로 깨지곤 한다. (마일리지 적립금이 한 번에 사라지듯) 그러니 앞으로 내 인생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순간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더 많은 감사함과 행복으로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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