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에 가면 ‘시인의 방’이라는 콘셉트(concept)로 세워진 조지훈 기념 건축조형물이 있다. 벽의 양쪽 기둥에 한 개씩 붙어있는 문짝 사이로 들어서니 널따란 열린 공간에는 아홉 개의 의자가 정해진 방향 없이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다. 상석이 따로 없는 공간이다. 시인의 집터 방향으로 문을 내고 바깥벽에는 ‘낙화’가 새겨져 있다. 그가 성북동에 한옥을 마련하여 ‘방우산장’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가까이에 ‘홍익대부속중고등학교 입구’ 버스 정류소가 보인다. 근처에 있는 ‘서울다원학교. 한용운 활동 터’ 버스 정류소처럼 ‘홍익대부속중고등학교. 조지훈의 방우산장’이라고 했으면 성북동다움이 돋보였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나간 문우를 생각하며, ‘낙화’를 낭송하니 가슴이 저려온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꽃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낙화> 조지훈, 1946년.
봄과 여름 사이, 5월처럼 살고 싶다던 그녀에게 이 시를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