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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양훈 Feb 08. 2022

인바디가 너무해

세상에 믿을 게 없다...

 자영업을 하면서 제일 안 좋아진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건강이다. 회사 다닐 때는 스트레스로 먹어대서 건강이 안 좋았다면, 자영업을 하면서는 제대로 끼니를 챙기기가 어려워 살은 5kg이 빠졌다(거의 근육이 빠진 거라고 보면 된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아내와 함께 운동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 처음에는 이전에 열심히 다녔던(3개월 정도 ㅎㅎ) 크로스핏을 다시 다녀볼까 했는데, 집 앞에 있지 않아서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고, 코시국이라 단체로 땀 흘리며 운동하기가 겁이 났다. 오랜만에 운동하는 거라 운동량이 많은 건 또 겁이 나서 필라테스를 하자니 운동이 또 제대로 안 될 것 같았다. 생각이 많던 중에 '그래, 역시 운동은 헬스지!'라며 아내와 함께 헬스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왕 하기로 마음을 먹은 김에 제대로 해보고자 '바디 프로필'을 목표로 헬스를 시작했다.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을 먹어서 인지 바디 프로필 식단을 하면서 운동까지 겸하는데도 내 생각보다 엄청 힘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운동으로 인해 삶의 활력을 되찾은 기분이었고, 갑갑한 자영업 생활 속에서 한 가지 활로가 되는 기분이라 처음 마음먹은 것보다 더 열심히 다녔다. 피티 선생님도 좋은 분을 만나서 운동에 재미까지 느끼며 다니고 있었다.

 피티를 받으면 무조건 하는 것이 인바디다. 처음에 등록을 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근육량'. 근육량이 내 생각보다 더 많이 빠져있었다. 불규칙적인 식사로 근육이 빠진 게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원래 몸상태는 나름 그래도 '근육 돼지'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돼지였다... 90kg일 때는 근육이라도 있었는데, 85kg인 지금은 5kg의 근육이 그대로 빠져 90kg 시절 지방만 남은 85kg 돼지가 되어있었다. 이때 받은 충격이 바디 프로필 준비를 열심히 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인바디가 내 마음을 한 번 더 속 쓰리게 만들었다. 

 열심히 한 달 정도 운동을 하고 나니 눈바디로 봤을 때 몸이 이 전보다 좋아진 게 느껴졌다. 사진으로 찍은 내 모습을 전과 비교해 보면 많이는 아니지만 더욱 라인이 잡혀가는 게 느껴졌다. 이럴 때 인바디를 하면 훨씬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인바디 측정을 내심 기대했다. 마침 트레이너 선생님도 오랜만에 인바디를 측정해 보자 하셨고, 나는 큰 기대를 품고 인바디 머신에 올라갔다.

 결과는 내 예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내장지방 수치는 12에서 10으로 약간 내려갔는데, 체지방량과 근육량이 처음과 비교해 그대로였다.... 한 달이나 열심히 했는데...(중간에 치팅이 한 번 있었고, 측정하기 전전날 아내와 배달로 디저트를 먹긴 했다 ㅎㅎ) 솔직히 좀 많이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트레이너 선생님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회원님이 지금까지 열심히 하셨는데, 결과가 조금 이상한 것 같다고 다음 주에 다시 재보자고 했다. 

 결과에 실망한 나는 조금의 치팅도 용납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일주일을 보내고 다시 인바디에 올라섰다. 결과는 저번 주와 비슷... 씁쓸했다. 트레이너 선생님도 당분간은 인바디를 재지 말자고, 저거 믿을 거 못 된다고 나에게 용기를 주면서도 진짜 다른 거 안 드셨냐고 약간의 의심도 하셨다.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것 같아서 굉장히 기분이 안 좋았다. '인바디 때문에 이렇게 기분이 별로일 수도 있구나'를 새삼 느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눈바디 자체는 정말 눈에 보이게 빠지고 있었다. 트레이너 선생님도 눈바디는 잘 빠지고 있으니 지금처럼 하자고 하면서 고구마 양은 줄이라고 하셨다(잘하고 있는데, 고구마 양은 왜 줄이라고 하시지? 유일한 내 달달이를... 인바디 결과를 신경 쓰시는 게 분명하다!). 

 인바디에 실망한 후 열심히 3주를 지내고 다시 인바디를 쟀을 때는 어느 정도 용납이 가능한 인바디 결과가 나왔다. 인바디도 변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그래도 그때 결과가 안 좋게 나와서 내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 이제 정말 바디 프로필이 50일도 안 남았는데, 기회가 된다면 첫 바디 프로필에 도전하는 분들께 팁을 전하는 글도 작성해 보고 싶다. 자영업을 하다 보니 많은 위기도 있었지만, 이렇게 무언가 이루어보기 위해 많은 도전도 해나가는 것 같다. 자영업의 도전이 내 인생에 마이너스인 부분도 있겠지만, 인생을 길게 보았을 때 지금의 이 도전들이 나에게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은 바디 프로필 기간 정말 최선을 다해서 아내와 가족들에게 멋진 남편, 아들, 사위가 되고 싶다. 파이팅! 같이 하는 아내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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