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오늘아침1라디오 예술로 떠나는 여행
오늘은 어떤 이야기?
오늘 아름다운 가을과도 잘 어울리는 한국적인 전시하나를 추천드리고 싶은데요. 바로 활옷 전시입니다.
활옷은 무엇인가?
활 쏠 때 입는 옷이 활옷이 아니고요. 옛날 공주와 옹주, 왕자의 부인 등 왕실 여성이 입었던 ‘웨딩드레스’ 즉 혼례 때 입었던 혼례복인데요, 치마와 저고리 등 여러 받침옷 위에 착용하는 긴 겉옷이 바로 활옷입니다.
그런데 꼭 왕실에서만 입었던 것은 아니고 조선중기부터는 서민들에게도 혼례 때에만 한하여 일생에 딱 한 번만 입을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되었던 귀중한 예식용 한복입니다. 아마 사극에서 세자의 결혼식 장면에 등장하는 세자빈이 입고 등장하는 굉장히 화려한 빨간 한복을 한두 번 쯤은 보신 적이 있으실 거예요
활옷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케이(K) 팝 스타의 정성이 100여 년 전 이름 모를 조선 왕녀가 입었던 비운의 활옷을 되살려냈기 때문입니다.
누구?
최근 슈퍼스타 BTS의 리더 RM덕분에 주인이 없어 미국으로 흘러가 한 전시관의 구석에 전시되어 있었던 낡은 활옷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복원에 성공하게 되었는데요. 조선 왕실의 공주, 옹주, 군부인(왕자의 부인) 등이 입었던 최고급 예복이었으나 알 수 없는 경로로 지난 세기 미국으로 흘러간 들어간 활옷 한 점. 옷의 주인도 만든 사람도 알 수가 없었고 어떤 미국의 미술품 수집가가 소장하고 있다가 1939년에 미국 LA카운티 미술관에 기증하여 지금까지 전시되고 있는 비운의 활옷이라는 별명을 가진 한복이었는데요. 2년 전에 RM님께서 국외 소재, 즉 해외에 나가있는 문화재 보존·복원 및 활용을 위해 써달라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기부했던 2억 원이 미국 LA카운티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던 이 비운의 활옷의 복원에 사용된 것입니다. 복원을 마치고 국립고궁박물관의 기획전시 ‘활옷 만개(滿開)-조선왕실 여성 혼례복이라는 전시에 메인의상으로 전시를 하게 되었고요. 전시가 끝나면 다시 원래 전시가 되어있던 LA카운티 미술관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RM 씨가 활옷 복원에 참여?
한국의 궁궐부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유산을 모두 관장하는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의 안전한 보존관리를 위해 '국외 문화재 보존 복원 및 활용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에서 소장 활옷이 너무 오래되고 오랜 시간 조명에 노출되다 보니 옷이 누추해지고 색이 바래서 한국에 복원문의를 해오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 활옷 보존처리는 RM과 문화재청이 함께 우리 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을 위해 민관이 협력한 사례라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옷이라 복원 절차가 복잡할 듯?
네 맞습니다. 우선 활옷 복원에만 6개월 이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2022년 10월 국내로 돌아와 5개월간 보존처리가 이루어졌는데요,
사전 조사를 통해 바탕 섬유, 실 등 재료와 제작 방법을 확인하여 보존처리를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일부 지워졌던 자수 무늬도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옷 한 벌을 보존하는데만 6개월 이상이 걸렸던 이유는 무려 6단계의 복원 절차를 거쳐서 복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인데요 우선 적외선 촬영 조사를 거쳐 섬유의 상태를 파악하고 표면 오염물이나 먼지를 제거합니다. 그리고 빨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습식 세척을 한 후에 구김을 제거하고 손상직물과정을 거쳐 복원처리가 완료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6개월의 기간 동안 2억 원의 비용으로 활옷을 완벽하게 복원을 하게 된 것이죠.
활옷은 일반 왕실 한복하고 어떤 차이가 있나?
우선 색깔부터도 차이가 있습니다. 활옷에 주로 쓰인 색은 ‘대홍색’인데, 붉은색 중에서도 가장 귀하게 여겨진 색이 바로 대홍색입니다. 이 대홍색을 얼마나 중시했냐면 왕실에서만 쓸 수 있게 한 건데요 왕실 전용 컬러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대홍색을 왕실 여인들의 혼례복에 쓴 건 자손을 낳고 가정을 꾸리는 혼례가 궁궐에서도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리고 활옷은 마치 긴 코트와 같은 형태를 가진 것이 특징인데요 넓은 통의 소매와 넉넉한 품이 인상적입니다. 활옷은 치마, 저고리 등 여러 받침옷 위에 착용해 혼례복을 완성하는 역할을 했어요.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길이가 긴 홍색 옷’이라는 뜻으로 활옷을 ‘홍장삼’이라고 기록했지요. 활옷이라는 단어는 사실 궁중에서 썼던 단어는 아니고 민간에서 전해져 내려온 명칭입니다.
정교한 ‘자수’도 활옷의 도드라지는 특징이에요. 활옷 전체에 자수가 화려하게 들어가는데, 봉황, 매화, 모란, 연꽃 등이 꼭 새겨졌는데요 봉황은 부부의 화합을 상징하며, 모란은 부귀를, 연꽃과 연밥은 번영과 자손을 뜻하기 때문에 봉황과 매화 모란 연꽃자수가 모두 있으면 활옷이라고 보시고 일반 한복과 구분하시면 되겠습니다.
활옷은 어디서 만들었나?
왕실의 옷을 만드는 곳을 상의원이라고 했는데요 이 상의원을 중심으로 호조(戶曹)·공조(工曹)·제용감(濟用監) 등 다양한 관청의 협업을 통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우선 상의원은 왕실의 재화를 보관하고 옷감과 옷을 마련, 관리하는 관청이었습니다. 각 계절에 맞는 일상복부터 각종 의례복과 물품까지 왕실 사람들의 옷을 책임졌다. 그리고 호조는 나라의 살림살이를 담당한 관청으로, 제작에 필요한 실, 바늘, 원단 같은 재료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공조는 수공업품을 제작·관리하고, 제작에 참여하는 장인(匠人)을 총괄했던 상의원의 상위 관청입니다. 감사실이었죠. 그리고 제용감은 옷감과 관련된 일을 관장하고 관리에게 하사하는 옷을 제작했던 곳이죠.
그래서 왕실의 옷을 직접 제작하는 일은 관청에 속한 지금에 비유하면 공무원들의 몫이었는데요. 방금 설명해 드린 관청에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옷 만드는 과정을 세세히 분리하고 해당 분야의 장인을 나누어 관리했다고 합니다. 자수를 놓은 분 금박을 찍는 분 옷감을 직조하는 분들이 다 따로따로 계셨던 것이죠. 그만큼 이 활옷이 정말 값지고 귀한 옷이라고 볼 수밖에 없겠죠?
지금도 전시를 하고 있나?
경복궁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 2층에 가시면 열리고 있는 특별전 ‘활옷 만개'라는 전시이고요, 9월 15일부터 12월 13일까지 전시가 열린다고 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RM님이 복원에 후원한 활옷뿐만 아니라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1818∼1832)가 혼례 때 입었던 홍장삼을 비롯해 국내에 있는 활옷 3점과 미국 필드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클리블랜드 미술관 등 해외 소장 6점 등 활옷 9점을 한자리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왕실 혼례와 관련된 기록물 ‘국혼정례(國婚定例)’ 등 유물 110여 점이 전시되고 있으니 청취자분들께서도 왕실의 혼례복 활옷 감상하러 꼭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놓쳐선 안될 중요한 활옷이 혹시 있나?
우선 활옷은 옷감도 옷감이지만 옷 전체에 여러 종류의 자수 무늬가 화려하게 들어가는 만큼 쓰인 자수 기법도 활옷마다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래서 전시회에 가시면 활옷에 새겨진 자수를 자세히 관람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자수는 옷감 위에 다채로운 색실로 전(點)·선(線)·면(面)·체(體)를 형성하여 무늬를 만들어내는 기법입니다.
특히 궁중 자수의 경우, 왕실 소속 화원(畵員) 즉 화가가 자수의 밑그림인 수본(繡本)을 먼저 제작하고 침선장과 침선비가 그 도안을 바탕으로 자수를 놓았습니다.
일종의 컬래버레이션인 거죠? 그래서 활옷들을 보시면 무늬마다 평수·자릿수·자련수·선수·가름수·매듭수 등의 기법들이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복온공주(福溫公主, 1818~1832) 홍장삼(紅長衫)은 천연 염색의 자연스러운 빛깔을 담은 색실, 화려하면서도 정제된 표현과 섬세하고 정교한 기술이 느껴지는 궁중 자수의 정수를 감상하실 수가 있으니까 활옷 전시에 가시게되면 꼭 복온공주의 활옷은 시간을 두고 자세히 감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