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밥상을 위하여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
한 때 히트했던 스팸 티비광고의 문구이다. 뜨거운 김이 폴폴 나는 새하얀 쌀밥 위에 올려진 잘 구워진 스팸이 올려진 이미지는, 그 맛을 아는 사람 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도 군침을 흘리게 만들기 충분하다. 짭쪼름하다 못해 조금 짜다 싶은 스팸은 우리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김치와 어우러지면 한 끼 뚝딱 사라지게 만드는 요술같은 반찬이다.
햄 같은 가공식품보다 그냥 고기를 좋아하지만, 은근히 식재료가 비싼 우리나라에서는 집에서 요리를 해먹기 만만찮다. 특히 옥탑생활을 하고 있는 나처럼 1인 가구는 식재료의 '규모의 경제'도 못 이루기 때문에 매 끼니가 더욱 부담스럽다. 매일같이 집에서 밥을 먹는다면 그럭저럭 해나가겠지만, 출근횟수와 거의 동일한 야근횟수 덕분에 한 달에 두어번 집에서 저녁을 챙겨먹는 사람이라면, 반찬이나 식재료를 사두었다가 먹어보지도 못하고 내다버리는 데 진을 빼게된다.
간장게장처럼 짠 음식에는 으레 '밥도둑'이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이런 음식들이 밥도둑인 이유는 아마도 어마어마하게 기절할 듯 맛있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너무 짜서 밥을 많이 먹어야 간이 맞기 때문이 아닐까. 스팸이 딱 그렇다. 짭쪼름을 넘어 소금에 푹 담궈 절인 듯한 짠맛은 '밥도둑'으로 수식하기에 알맞은 음식이다. 분명히 좋은 음식은 아니지만, 밥과 먹기 좋은 음식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 스팸을 먹었다. 오랜만에 한 시간으로 야근을 끝낸 덕분이다. 집까지 한 시간을 굶주린 배를 쥐고 버텨, 집에 도착하자마자 스팸을 구웠다. 익어가는 모습을 보다가 냉장고에서 먹다남은 김치 통조림, 장조림 통조림, 연어 통조림, 김 통조림을 꺼냈다. 아껴두었던, 내 옥탑방의 마지막 식용수인 500ml 생수도 꺼내어 아름다운 저녁을 자축했다. 컴퓨터와 모니터, 스피커가 놓인 책상 위에 키보드를 치우고, 1인용 테이블매트를 깔고, 꺼내두었던 반찬으로 한 상 가득 차렸다. 유튜브를 켜서 내가 좋아하는 '루시아'의 라이브 무대 영상을 보고 들으면서 밥을 먹었다. 회사에서 매일 야근하기 전에 먹던 중국집 볶음밥 대신 부엌 찬장에 묵혀두었던 햇반을 꺼내어 2분 동안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었다.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 이렇게 맛있는 이유는, 집에서 보내는 저녁이기 때문이리라. 편의점 도시락이어도 좋다. 계란에 간장만 넣어 비벼먹어도 좋다. 집에서 먹는 저녁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