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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부꾸미 Jan 30. 2022

귀염둥이 신입사원의 퇴사 소식

지금 우리 사회는.

퇴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이다. 각종 SNS, 서적 등에 '퇴사' 두 글자만 검색해도 콘텐츠가 넘쳐난다. 소위 '90년대생' 입사 이후 더 번지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새는 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신입사원들도 보인다…) 취준이 아무리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그렇게 어렵게 통과한 취업 관문을 포기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인 것이다.


이번 우리 회사의 신입사원도 불과 입사 6개월 정도만에 퇴사 소식을 터뜨렸다. 옆 팀이어서 매일 보았던 바는 아니었지만, 내가 봤던 그 친구는 항상 밝고 열심인 친구였다. 팀 내에서도 예쁨 받으며 막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그래서였나보다. 그렇게 일찍 기력이 소진되었던 이유가.

참고 참다가 상처가 곪아 터진 것처럼 보였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민 끝에 굳은 결심을 하고 마지막으로 인사담당자인 나에게 찾아온 것이었다. 내가 중간중간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는데도 왜 티를 하나도 내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답변은, 하는 데까지는 티 내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 그렇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이 시점에서 그것이 조금 후회된다고 하였다.


이런 얘기를 듣자 우리 팀에 있는 또 다른 신입사원이 떠올랐다. 우리 팀 신입사원은 회사에서의 인간관계에는 눈곱만큼도 관심 없고, 정말 자기 할 일만 하고 퇴근하는 친구였다. 처음에는 이 친구는 별종인가 싶었는데, 나중에는 이게 요즘 입사하는 친구들의 성향이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오히려 이런 친구들이랑 이야기해보면 회사에 기대하는 바가 없어 아무 감정 소모도 없이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 회사의 사례에서는 퇴사를 선언한 친구처럼 회사에 열의가 있던 직원이 엄청난 감정 소모를 겪고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물론 다양한 케이스가 있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상급자들은 당연하게도, '요즘 친구들은 나약해서 말이야.', '해보지도 않고 벌써 뭘 안다고. 쯧쯧.'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글쎄. 나로서는 그런 용기를 낸 그 친구가 부럽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본인은 조직과는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는 착한 이야기. 차라리 좀 더 이기적으로 행동했더라면 저렇게까지 데이진 않았을 건데 하고 안타까웠다. 물론 퇴사가 아닌 다친 그 마음에 대해.



우리 모두 각자가 행복하고 싶어서 이 어려운 세상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것인데,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고 다 같이 행복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당연한 생각을 해본다. 하다못해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라도. 나의 이득을 위해 동료들을 아프게 할 수밖에 없는 건지. 결국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악에 받친, 혹은 아무 감정도 없는 사람들만 남게 되면 우리 조직은,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덧. 글을 꼼꼼히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신입사원'과 '귀염둥이', '막내' 이런 역할이 매칭 되는 것 자체도 과연 옳은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나도 신입사원일 때 징하게도 싫어했었던 역할 아니었는가. "막내가 분위기도 좀 띄우고 해야지"와 같은 빌어먹을 소리들. 나부터도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고 주의해야겠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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