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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부꾸미 May 06. 2022

어느 날씨 좋은 날 한강

산다는 것


'날씨의 여왕은 5월'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연일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하고 낮에는 볕이 어느 정도 드는, 나들이에 최적인 날씨 말이다. 날씨가 좋으면 밖으로 나가지 않고는 베기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매주 주말이면 아침에 눈이 떠지기가 무섭게 밖으로 나가고 있다.


요새는 한강으로 나들이를 나가고 있다. 서울에 30년 넘게 살면서도 한강이 이렇게 좋은 곳인 줄 모르고 있었다가 얼마 전 우연히 자전거를 타러 한번 가보고는 주말마다 출석 도장을 찍고 있다. 날 좋은 날 햇빛 비치는 한강물도, 맑은 하늘도, 푸릇푸릇한 나무들, 화려한 색깔의 꽃들도 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지만, 내가 가장 놀랐던 풍경은 사실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들이객이었다.



처음에는 내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여기가 유럽인지 우리나라인지 헷갈릴 정도로 야외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여태껏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 야외에는 낮잠의 여유를 누리는 사람,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음식을 먹는 사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보다 어린 10대, 20대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른 나이에 벌써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요즘 친구들을 보니 마냥 부러웠다. 나도 저 나이 때의 즐거움을 더 누리고 지냈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 나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앞날에 대한 고민으로 여유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아직도 어리다면 어린 나이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제야 '인생 뭐 별거 있나'라는 상투적인 말을 깨닫고 있다. 물론 인생 뭐 별거 있나 뒤에 이어지는 말은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그게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 예컨대 '건강이 최고지.', '여유롭게 지내는 거지.', '그냥 즐기는 거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거지.' 등등. 저마다 다른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찾으며 사는 게 인생이라고 하면, 인생 뭐 별거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요지는 인생과 행복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어떤 대단한 의미를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나 스스로가 여유를 가지고 긍정적이고 밝은 무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는 것이다. 인생의 최대한 많은 순간 그렇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연을 느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한때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 한번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산다는 것 역시 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나를 채찍질할 필요 없이 현재 이 순간에 감사하며 항상 명랑하게 지낼 수 있도록 나를 놓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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