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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도봉산!

서울 창포원과 평화문화 진지

by 맘달

아, 도봉산!

경기의 금강이라는 말이 맞네. 하늘로 솟은 화강암의 모습은 보고 또 봐도 웅장하고 멋지다. 지난주에 오고 또 왔다. 바람 불고 추워 충분히 걷지 못한 아쉬움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도봉산에 대한 그리움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제대로 보려면 보고자 하는 것과 보는 사람 사이가 가까워도 안되고 너무 멀어도 안된다. 도봉산을 온전히 볼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찾고 있었는데 창포원이 딱일 것 같았다. 창포원 어디쯤에서 봐야 도봉산이 더 멋있을까, 움직일 수 없는 도봉산의 여러 포즈를 찾아 내가 움직여야 하는 상황. 불만제로다. 잘 생긴 배우를 찾아 열광하는 팬심을 나는 도봉산에 쏟고 있는 것인가. 나는 도봉산의 찐 팬이 되어버렸다.




오늘은 1호선과 7 호건이 만나는 도봉산역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창포원입구에서

아, 도봉산!

창포원에서 바라본 도봉산

붓꽃 없는 창포원은 긴 휴식기에 들어가 휑한 느낌이었지만 도봉산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대중교통으로 올 수 있는 좋은 나들이 장소'를 발굴했으니 봄이 되면 누구하고 올지 궁리하며 예뻐질 창포원을 그려본다. 양주시로 이사 간 친구네 집에서도 도봉산이 잘 보이려나, 물어봐야겠다. 날이 푹해지면 이리로 와서 만나자고 해야지.

창포원에 사는 나무들



창포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걷다 보니 탱크가 보이고 전망대가 눈에 들어왔다. 창포원과 이어진 평화문화 진지였다.


평화문화 진지는 군사시설인 옛 대전차(전차나 장갑차) 방호시설을 문화창작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라고 한다. 뜻밖의 공간을 알게 되니 마치 덤을 얻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탁 트인 곳은 최우선이라 전망대부터 올라갔다. 시야를 가로막는 것 없이 도봉산과 수락산이 드러나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망대 가는 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봉산
아파트 철거된 곳에서 바라본 수락산

탱크가 있는 것을 보고 군사시설이라고 짐작했는데 건물구조가 숙소 같아 보여 검색해 보니 2층~4층은 시민아파트였다고 한다.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는 공간으로 계단 따라 올라갔더니 수락산과 도봉산이 마주 보고 있었다. 도봉산 쪽으로 쭉 걸어가면 코앞에서 지나가는 전철을 볼 수도 있다.

도봉산이 있는 서쪽 풍경
코앞에서 전철 지나간다.



다리 쉼 하려고 북카페 비상에 들어갔다. 뜨아가 몸에 들어가자 노곤노곤하다, 겨울은 겨울이구나!

북카페에서 뜨아 한잔
서울둘레길 1코스 시작점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고

연중무휴 사시사철 오갈 수 있는 이런 멋진 산책공간이 있었다니. 내가 서있는 곳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수락산과 중랑천, 서쪽으로는 도봉산, 북쪽으로는 다락원체육공원이 있다. 게다가 더블 역세권.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


이제 바라만 보지 말고 다음에는 도봉산으로 들어가 봐야겠다. 직접 산을 보고 머물고 올라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겠지. 날이 풀리면 산으로 가리라, 천천히 긴 호흡으로 가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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