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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짼토끼 Mar 29. 2023

8.너는 좋겠다. 엄마가 나라서...

엄마 같은 엄마가 되지 않았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 4년 동안 큰 아이와의 관계는 무척 좋았다. 

지금도 물론 좋지만 지금은 애가 둘이다 보니 좋은 것을 느끼기엔 너무 바쁘다.

내가 겪은 애착 불안과 불신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틈틈이 긴장하며 노력한 탓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 아이가 너무 이뻤다. 몰랐는데 난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아이를 낳아보니 아이들의 세상이 보였고 자그마한 사람에 대한 매력에 푹 빠졌다. 

서너살쯤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니 더 기가 막히게 이쁘고 사랑스럽다. 

아이의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면 나도 같이 행복했다. 

엄마인 나를 좋아하고 따르는 것이 느껴지면 내 어릴 적 미완성된 애착을 아이가 치유해 주는 것 같았다. 

유치원 다닐 때였을까, 친구가 괴롭혀서 힘들다는 아이에게 위로해 주며 네가 해결해도 안되면 엄마가 도와줄 거라고 설명해 준 적이 있었다. 똑똑한 아이는 금방 나의 말을 이해했고 친구와의 사이도 좋게 풀어나갔다. 

엄마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엄마 말이 맞았다고 얘기하는데 내 마음이 더 뭉클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너는 좋겠다. 엄마가 나라서...'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아이를 키우면 아이가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엄마가 되리라 다짐했었다. 살면서 힘들고 외로울 때 엄마만 떠올려도 치유가 될 수 있도록 해 주리라 다짐했었다. 그렇게 되가는 것 같아 너무 기쁘면서도 한편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이 섞어 나왔나 보다. 

아이는 또 눈치 빠르게 묻는다. '엄마의 엄마는 안 그랬어?'... 말문이 막혔다. 


아이가 10살이 되었다. 둘째가 6살.

정서적으로 안정된 육아를 하고자 노력했고 아이들은 정말 해맑게 잘 커줬다. 

가족을 위하고 사랑하고 누가 봐도 밝게 잘 자라줬다. 아직은 성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충분히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이 될 것 같다. 


결론은 난 엄마 같은 엄마가 되지 않았다. 

그 사실만으로 늘 느꼈던 불안감이 사라지고 낮았던 자존감이 올라갔다. 

나를 전적으로 사랑해 주고 믿어주는 내 새끼 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존재가 너무 행복해졌다. 


그럼 된 거 아닌가? 

이만하면 성공한 삶 아닌가? 

엄마를 만난지 시간이 좀 됐다. 엄마의 어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느낄 수 있는 평온함이란 걸 안다. 

잠시만이라도 이 평화를 누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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