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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별 Apr 22. 2024

숲을 보며 걷는 사람, 땅을 보며 걷는 사람

어느날 부장님은 나와의 대화가 답답했는지 갑작스럽게,


"포스티잇 가져와봐. 적어. 숲 이라고. 크게 적어."라고 하셨다.


그날 이후로 내 모니터에는 숲이라는 단어가 마치 초등학교 교훈처럼 적혀있다.


기획할때 나무 하나하나를 보기보다 숲의 지형을 먼저 살피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은 부장님과 상극인 어떤 팀장님이 지나가며 도대체 저 포스티잇은 무엇이냐 물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시니컬 하게 웃으며,


"땅이나 잘 보고 걸어. 구덩이에 빠지지 않게." 라며 지나갔다.


참 사람 스타일에 절묘하게 하는 말이 다르다고 느꼈다.


숲을 보는것이 중요한가, 땅을 보는게 중요한가. 오랜시간 내 뇌리에 남아있던 질문이었다.


그러던 또다른 어느날, 미스터션샤인이라는 드라마에서 한 대감이 다른 집 하인이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고 충고하는 장면을 보았다.


"종놈이 먼곳을 보면 명이 짧다. 땅을 보고 걸어라."

라며..


그 말을 들은 후에야 어떤 사람이 어떤 곳을 중점으로 보아야 하는지를 알게되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전체적인 맥락과 흐름, 지형을,

아래로 내려올 수록 당장의 한걸음을 주의깊게 봐야하는 것이다.


결국 모든것이 어우려져 역사가 만들어지지만, 어디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볼 수 있느냐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른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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