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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Apr 16. 2024

10년 전 그날과 2년 전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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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제사를 챙기기 위해 음력으로 날짜를 세는 일이 아직은 익숙하지 못해서, 올해 그의 2주기를 챙기는 데도 몇 번이나 캘린더 어플을 뒤져가며 날짜를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그렇게 이달 내내, 4월 16일은 그의 2주기라고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 날짜가 어딘가 많이 들어서 귀에 익은 날짜인 것은 잠시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제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서야 기억해 냈다. 아, '그 일'이 있었던 날이구나.


그의 2주기가 하필 그날의 10주기와 겹쳤다는 건, 어떻게 생각하면 참 슬프기도 하고 어떻게 생각하면 또 안타깝기도 하다. 늘 말하는 바 그를 떠나보냄에 있어 내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몇 가지 사항 중에는 내가 그의 어머니가 아니고 그가 나의 아들이 아니라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10년이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원 구조 운운 하는 속보가 뜨던 것과, 그런데 저거 숫자가 안 맞지 않냐던 그의 목소리와, 그 속보가 결국 끔찍한 오보였던 것으로 밝혀지던 그 몇 시간 사이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 저녁 내내, 그도 나도 말이 없었다. 더없이 참담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 그날의 기억을 이런 식으로 혼자 되씹고 있게 될 줄은. 그건 아마 떠나간 그도 몰랐을 것이다.


그를 화장했던 연화장은 그날의 일로 수습된 분들이 마지막 길을 떠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곳곳에 그날의 일에 관련된 판넬과 조형물들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나 하나의 슬픔에 눈이 멀어 그런 것들을 돌아볼 정신조차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러려고 그랬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새삼, 그 일이 있던 날과 그가 떠나간 날이 상당히 가까운 시간을 두고 존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건 그렇지 못하건 시간은 꾸역꾸역 흐르고 있다. 그건 10년 전 오늘 그 배와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분들에게도, 2년 전 오늘 내 평생에 하나뿐이던 사람을 떠나보낸 내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겨진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살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만이 남겨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일 테니까. 그저 그렇게 때 이르게 떠나간 사람들이 여기보다 좀 더 아름답고 행복한 곳에서, 이 모질고 풍진 아랫세상의 일 따위 나 몰라라 즐겁고 기쁘게만 살고 있기를 바라는 것 밖에, 남아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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