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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Nov 22. 2024

이불을 감다 보면

-360

딱히 추위라고는 모르는 강골도 아닌 주제에 그래도 인간적으로 12월 들어가면 개시하자고 미뤄놓고 있는 물건이 두 가지 있다. 패딩과 전기장판이 그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11월에 저 두 가지 물건을 끄집어내는 건 알량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열흘만 버티고 12월 들어가면 꺼내든지 하자고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그런다고 누가 상 주지도 않는데도.


그러나 요 며칠새 날씨는 그런 내 각오를 비웃기라도 하듯 급속도로 쌀쌀해지는 중이다. 며칠 전에는 급기야 새벽이지만 잠시 영하로 온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자다가 불쑥 아 춥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자연히 아침에 일어나 보면 이불을 김밥 말듯 돌돌 말고 잔뜩 웅크린 채 자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중이다. 자연히 이불이 다 끌려온 침대 왼편은 훤하게 비어 있고.


그러다가 갑자기 의아해졌다. 그가 있을 때는 그냥 사람 둘이서 이불 하나 덮고 잘 잤는데, 그땐 도대체 어떻게 잤던 거지. 생각해 보면 침대를 둘이서 쓸 때는 이불을 둘둘 감고 자는 버릇 같은 건 딱히 없었던 듯싶다. 당연히 자다가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잡아채는 기척이라든가를 별로 느낀 적도 없고. 그새 잠버릇이 좀 변하기라도 한 것일까.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첫째로 그는 12월 되기 전에는 죽어도 전기장판을 꺼내지 않는다느니 하는, 나나 피우는 류의 똥고집을 절대 부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가 있었더라면 며칠 전 갑자기 기온이 10도 이상 폭락해 추워진 그날 바로 전기장판을 꺼냈을 것 같다. 그라면 아마 꺼내놓고 날씨 풀리면 안 켜면 될 것 아니냐고, 어차피 이제 날씨 추워질 일만 남았는데 그걸 지금 꺼내나 열흘 후에 꺼내나 뭐가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느냐고 되레 내게 반문했을 것이며, 나는 그 말에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했겠지. 바닥이 따뜻하면 아무래도 이불을 둘둘 말고 자지는 않게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둘째는 꼭 전기장판이 아니더라도 사람 하나가 자는 것과 둘이 자는 것은 이불속의 온도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예전 젊을 때처럼 굳이 서로 꼭 붙어서 자지 않더라도, 같은 이불속에 사람이 하나 있느냐 없느냐는 그 온도 차이가 꽤 현격하게 난다. 사람 하나가 빠져나가버린 만큼의 온도를 감당하지 못해서, 전에 없이 이불을 둘둘 감고 자는 버릇이 생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벌써 그가 떠나간 지도 2년 반을 지나 3년째에 가까워 오고 있다. 나는 결국 그렇게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도대체 나더러 어떻게 살란 말이냐며 탄식하던 그날들의 기억이 무색하게도.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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