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 학교 섹스 리뷰
처음엔 제목을 ‘인생 : 학교 섹스’로 잘못 봤다. 원래는 다른 책의 내용을 대해 내게 이야기해 주려고 화면을 보여주다가 밑에 이 제목이 보이자 다급하게 핸드폰을 돌리더라.
고교생 폭격기의 전천후 학교 섹스 느낌의 탑툰식 제목이 본인도 민망해서 그런가 싶었다. ‘지금 말씀하시는 책 보다 아래 책이 더 흥미롭다’고 짓궂게 물었더니 당황하지 않은 척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더라. 뭐 어찌어찌 읽은 티는 났으나, 그저 야설 매니아의 변명이라고 생각하고 당시에는 내 밀리의 서재에 추가하는 쇼맨십을 보여주곤 넘어갔다.
하지만 나 역시 야설 매니아던 것이었을까
이상하게 이 책에 끌렸고, 이내 빠져들었다. 그리 길지 않았기에 한 호흡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학교섹스 폭격기가 아니라 사실 인생학교 시리즈의 섹스 편에 불과했던 이 책은 섹스라는 감정적이면서 황홀하고 짜릿한 행위에 대해 지극히 차갑고도 이성적인 사색을 한다.
왜 우리는 섹스라는 주제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거북해하는지부터,
왜 키스하고 껴안고 주물럭대고 물고 빨고 싶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지,
젖거나 딱딱해지는 순간, 부끄럽게 빤스를 내리는 순간, 상대의 머리채를 움켜쥐는 순간, 구두굽에 밟히고 흥분하는 순간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왜 연애 초기에는 손만 잡아도 서던 사람들이 결혼 이후 관계 횟수가 뜸해지는지, 따라서 무심함과 권태로 점철된 관계를 어떻게 구제할 수 있는지,
미래의 포르노의 형태에 대한 논의와 외도가 얼마나 유혹적이고 짜릿한지까지 등
섹스 전 후, 좌, 우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에 대해 심리/철학적인 배경에서 논의함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자 한다.
성욕이란 게 없었다면 우리 인간은 더 예측가능한 삶을 살았을지 모른다.
성욕과 섹스는 힘, 지위, 돈, 지력에 따른 통상적 위계를 무너뜨리고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도, 유력 정치인도, 고고한 교수도, 빼어난 글쟁이도, 그리고 심지어 나 자신도. 언제든지 섹스 때문에 미치고, 바보 같아지며, 어리석어 보이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섹스가 뭐길래 우리는 왜 성욕 때문에 생기는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는가?
이 질문에 대한 보통 형님의 답이 궁금한 사람들이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