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똑같이 생긴 사람은 있어도 성격까지 똑같은 사람은 없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복제 인간이 아닌 이상, 세계 81억여 명 사람 모두 성격이 서로 다르다. 당연히 MBTI에서 분류하는 16가지 유형의 성격 그 이상이다. 그야말로 별의별 성격들이 다 있다. 나도 별의별 성격 가운데 한 명이다.
심지어 한 엄마의 뱃속에서 똑같이 먹고 자란 쌍둥이조차 분명 닮은 듯하지만 다르더라. 적어도 나의 쌍둥이 아들들도 그러했다. 1분 차이로 세상에 나온 이들은 지금도 가끔 누가 형인지 동생인지 겉모습으로는 착각한다. 갓난아기 때 모유가 부족하여 분유를 먹일 때는 헷갈려서 먹은 놈만 또 먹이는 실수를 했던 적도 있다.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이렇게 비슷하게 행동할까 했지만, 점점 커가면서 보니 한 놈은 문과생, 한 놈은 이과생 그리고 한 놈은 친가, 한 놈은 외가를 닮았다. 어릴 때는 안 보이면 죽고 못 살 듯하더니 사춘기를 겪으면서 서로에게 시큰둥할 때도 있었다. 오히려 크게 다투고는 말도 제대로 안 섞을 때도 있다. 서로 비슷한 성향의 실체끼리는 최고의 파트너로 인식되다가도, 때로 너무 잘 알아서 계면쩍은 면도 있나 보다.
우리 사회는 그 자체로 풍요로운 다양성의 집합체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 가치관, 그리고 개인적 경험을 가진 수많은 사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획일적인 흑백논리에 멍드는 사회가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과 모든 관계도 완벽할 수는 없다. 이러한 다름은 때로는 갈등을 초래하지만, 때로는 조화와 이해의 기회도 제공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다름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열린 마음과 행동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거나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부모나 자식 간 그동안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이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면, 각자 삶의 영역을 존중해 주고 지나치게 간섭하지 말아야 하듯이.
머리(마음)로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한다는데 행동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늘 문제가 생기곤 한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견이 있더라도 존중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범법행위만 아니라면, 이는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왜 서로 생각하는 것과 가치관이 이리도 비슷할까?”
남녀노소 없이 서로 친한 사람들끼리 한 번씩은 나눌 수 있는 대화다.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서로 사랑하고 우정을 깊이 오랫동안 나누는 것은 삶에서 아름다운 시간이다. 이 세상에서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 없음을 믿는 이들은 사람의 인연 또한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말한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아무리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모두 친구가 되고 애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삶의 갖은 풍파를 거치면서 비로소 선택된 소수만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연의 존재가 되어 현재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첫눈에 호감을 느끼고 가까워지는 사이도 있지만, 대부분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거쳐 일희일비보다는 서로 인내하고 품어주며 알아 온 지난한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지 모른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에서 웬만하면 “안 하는 편을 선택하겠습니다! (I would prefer not to..)”라며 저항하는 바틀비처럼.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통이 정말 어려운 이들도 의외로 많은데 말이다.
그 많은 사람 가운데서 우리가 만나다니!
우리는 마침내 내 영혼의 반쪽이라는 짝꿍을 만나 자식을 낳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서로 지지고 볶으면서 사회화 과정을 거쳐 또 다른 가족의 울타리로 다름의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 낯선 이들과 어울려 이 전쟁터 같은 사회 속에서 먹고살기 위해, 때로는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기보다는 유유상종(類類相從)과 같이 코드가 맞는 이들끼리 단합하고,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기치 아래 오늘도 거친 들판에서 치열하게 삶의 여정을 보내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전 세계 81억여 명의 사람들이 기적 같이 만나 애틋하게 이어온 사랑과 우정도 때로 그 다름으로 만났으나, 그 다름으로 너무 쉽게 깨져서 완전히 남남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심지어 오늘의 전우가 내일은 적이 되는.
한때 행복했던 순간들을 쉽게 망각의 바다로 흘러보내고, 허망한 욕심과 쓸데없는 허세와 비뚤어진 이기주의, 가당치 않은 자신만의 착각에 빠져 또 다른 배신의 우(憂)를 범하는.
나는 적어도 그런 실수만은 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