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윈드 Oct 22. 2022

봄날, 화사한 매자들의 음악 그리고  춤

비가 그친 봄날이 쾌청합니다. 맑고 파란 하늘에는 흰 구름이 떠다닙니다. 초록의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정신이 더욱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밝은 햇살이 이리저리 옮겨 다닙니다. 하얀 뭉게구름 때문일까요? 그늘 쪽에서 맞이하는 바람은 약간 쌀쌀한 느낌마저 듭니다. 시원한 콜드 브루를 마시려던 생각을 바꾸어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들고 매자를 보러 갑니다.      


화사하게 피어있는 매자는 지금이 절정인 듯합니다. 노란 꽃들이 활짝 핀 꽃밭에 서니 웬일인지 산책자의 마음도 부풀어 오르네요. 가지마다 잔뜩 피어있는 선명한 아름다움을 정신없이 바라봅니다. 길게 늘어진 가지를 타고 꽃들이 쏟아져 내려오는데 그 안에는 지난 계절의 붉은 열매도 남아있군요.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에서는 바이올린 현의 떨림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가볍게 살랑이는 꽃도, 잎도, 열매도 상쾌한가 봅니다. 날렵하게 내려오는 꽃들에서는 조금 낮은 음역인 비올라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왠지 열매에서는 팀파니의 울림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벼운 율동은 그저 부드럽기만 하네요. 그녀들의 리듬은 왠지 첼로와 더블 베이스의 소리처럼 묵직한 느낌이 납니다. 


줄을 지어 피어있는 꽃들에서는 목관악기의 맑은 멜로디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그 모습에서는 플루트와 오보에 그리고 클라리넷과 바순도 보이네요. 어디선가 잉글리시 호른의 소리도 들려오는 듯하고요. 조금 더 진한 꽃들에서는 씩씩한 느낌의 음색을 뿜어내는 금관 악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울려 퍼지는 멜로디에는 트롬본과 트럼펫의 소리도 들리는데 뒤쪽에서는 여러 대의 호른이 웅장한 느낌입니다.     


마치 흘러내려오는 듯한 꽃과 열매가 예쁘네요. 그런데 자주와 초록이 섞인 잎새들 또한 신비한 색감을 보여줍니다. 그 안에는 현악기와 관악기의 앙상블이 담겨있는 듯도 합니다. 또한 타악기들도 함께하고 있는 것 같고요. 노랗고도 붉은 꽃과 초록과 자주의 잎이 가지마다 가득합니다. 그 사이의 붉은 열매는 홍일점이네요. 마치 여러 가지 협주곡을 듣는 듯합니다. 왠지 꽃을 바라보면  바이올린 협주곡일 듯하고, 잎을 보면 첼로 협주곡일 듯하고, 열매는 피아노 협주곡 일듯도 하네요.      


그녀들과 함께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율리아 피셔의 연주로 들어봅니다. 그녀의 바이올린은 언제나 매혹적이고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지휘하는 NDR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멋지기만 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드레스도 노란색이군요.     


붉은 열매와 노란 꽃이 산뜻한 모습입니다. 밝은 햇살을 받으며 다가오는 그녀에게서는 어떤 노랫소리가 들려오네요. 왠지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듀엣인 듯도 합니다. 길게 늘어진 가지가 흔들거리자 꽃과 열매도 따라서 살랑입니다. 그런데 뭔가 흥얼거리는 듯도 하네요. 귀를 기울여보니 나지막한 알토의 노래 같기도 합니다. 꽃과 열매의 사랑일까요? 서로 다가서며 무언가 밀어를 주고받는 듯합니다. 어쩌면 소프라노인 그녀의 창가에서  테너의 그가 세레나데를 부르는 것일까요?     


어떤 잔잔한 멜로디가 들려오는 듯한 풍경입니다. 그런데 꽃들은 구불구불한 가지에도 피어있군요? 응? 잠시 착각을 했는데 자세히 보니 지난 계절의 박주가리 줄기군요. 머지않아 진한 향기와 함께 피어날 박주가리 꽃도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굵은 박주가리의 줄기 뒤쪽에도 꽃들이 줄을 지어 피어있습니다. 짙은 색감의 꽃들에서는 왠지 힘찬 바리톤의 음색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지를 따라 피어있는 화사한 색깔의 꽃과 잎들은 어떤 바람의 노래를 부르는 듯합니다. 멀리 서는 어떤 허밍의 멜로디가 잔잔하게 다가오는 듯하고요. 왠지 그녀들은 모습도 노래도 향기로운 느낌입니다.     



꽃과 잎의 진한 색감이 그윽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그녀들의 화사한 미소는 또한 소리 없는 노래가 되는군요. 왠지 깊이도 있고, 명랑함도 있고 우아하기도 한 합창곡 일 듯합니다.     


화사한 꽃과 잎들이 바람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은 화려한 합창을 듣는 듯합니다. 조금씩 다른 모양과 색깔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하모니에는 이제 벌들과 나비도 동참하겠지요? 그런데 또 다른 조화가 추가되는 듯합니다. 둥근 모양의 잎새 가운데에서는 꽃봉오리들이 피어납니다. 그런데 어떤 잎 사이에서는 붉은 새 가지가 돋아나네요. 그녀는 꽃보다 성장을 선택한 것일까요?     


화사한 그녀들과 그들의 노랫소리와 함께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의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를 들어봅니다. 꽃향기는 맑은 느낌인데 합창 또한 아름답네요. 천천히 가사도 음미하게 됩니다.     

잠시 한숨을 돌리고 초록의 색감이 가득한 매자 꽃들을 다시 봅니다. 마치 꽃들이 춤을 추며 날아오는듯합니다. 사뿐사뿐한 그녀들의 율동을 느껴봅니다. 그런데 왠지 너울너울 춤을 추는 오색의 나비를 보는 듯도 하네요. 곧게 뻗은 가지에 핀 꽃은 뭔가 씩씩한 느낌입니다. 연한 자줏빛이 감도는 초록 잎과 함께 산뜻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그런데 그녀의 붉은 뒷모습은 곱기만 하군요.     



조금 가까이 들여다봅니다.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여인의 모습을 보는 듯하네요. 그런데 꽃잎에 물방울이 담겨있습니다. 그녀는 보석 귀걸이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꽃들은 긴 줄기를 타고 또다시 쏟아집니다. 산들바람에 살랑이는 늘어진 가지마다 꽃들이 춤을 추며 내려오는 듯합니다. 살짝 고개를 들어 산책자를 바라보기도 하는군요.     


흩어지는 하얀 구름 사이로 밝은 햇살이 내려옵니다. 꽃과 잎들은 좀 더 밝고 화사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밭은 왠지 자연의 극장 같기도 합니다. 화사하게 차려입은 그녀들의 멋진 발레를 보는 듯도 하고요.     


어느 가지는 환한 햇빛 쪽으로 다가가려나 봅니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꽃들이 피어나가는데 뒤쪽에 있는 굽은 줄기의 산들 거림도 느껴집니다. 그런데 줄기 가운데에서 살랑이는 꽃들에게는 미소가 가득하네요. 길게 자란 가지들이 서로 엉키며 꽃과 잎들이 얼굴을 맞대고 있습니다. 손에 손을 잡고 어깨도 마주치며 정겹게 춤을 추는 듯합니다. 다들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합니다.      


화려하고도 산뜻한 그녀들의 춤을 보고 있으니 발레 돈 키호테가 생각납니다. 춤을 추는 꽃들에게 잠시 쉬라고 말하며 같이 키트리의 멋진 발레 동작들을 감상해봅니다. 꽃들의 춤도 아름답고 발레리나와 발레리노가 추는 발레도 멋지네요. 화창한 봄날에 꽃들의 협주곡과 합창 그리고 발레를 보게 되어 더욱 즐거운 오늘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멋진 '봄날'이네요.      


이전 16화 봄비 같은 겨울비 그리고 꽃 같은 열매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