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오고 있는 것 같은데..
참고로 저는 경제통 아니고 금융에 대해서도 그다지 잘 모릅니다. 그저 미국 땅에 아이들을 키우고 평범하게 먹고사는 걱정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보는 불황과 경제위기의 관점은 어쩌면 한국에 계시는 분들과 좀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 흥미를 느끼실 수도 있고요. 미국 생활 속에서 피부로 느끼는 상황을 여러분과 공유해볼까 합니다.
신문과 뉴스를 보시는 분들은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당장에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보도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보는 미국 뉴스나 한국 뉴스 모두 마찬가지네요. 하지만 이건 피부로 느끼는 것이라 할 수는 없고요.
미국에서도 집 밖을 나가야 서민경제를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자동차 주유를 하고 영수증에서, 마트의 식료품 가격표에서, 그리고 쇼핑몰에 가서 오가는 사람들과 점포의 분위기를 보면 이미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코로나의 여파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공급 차질이 나아지긴커녕 점점 심화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불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곳은 일터에서 입니다. 직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꽤 정확합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느꼈지만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의 위기감 전달은 무척 빠르더군요. 그렇지 않았다면 136년이라는 세월을 버티지 못했겠죠 (참고로 저희 회사는 1886년에 설립). 큰 회사일수록 재무관리가 워낙 보수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위기에 대한 시그널은 빠르게 아래로 전달됩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저희 회사에 투자에 큰 제한이 없었습니다. 예산을 짤 때도 늘 같은 방식으로 짜던 것이 불과 몇 개월 전부터 내년 예산은 동결이라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인력 충원은 동결된 지 좀 더 됐고요. 이런 움직임은 매우 오랜만에 느끼는 시그널이었습니다. 2008년 후 처음이라고나 할까요.
요새는 하루하루의 온도차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것이 좀 더 심해지면 멀쩡한 프로젝트들을 잘라 넬 것이고 그 후로는 인력감축으로 들어가겠죠. 아직 프로젝트 솎아내기가 시작되지 않은 것을 보면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어쨌든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큰 놈'이 다가오고 있다는 낌새가 있습니다.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실제 시장에서는 별 큰 소식 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때는 대우나 기아자동차의 부도 소식이 서민들에게 충격으로 전해졌습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때는 리만 브라더스와 베어스턴의 파산 소식이 있었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직 그런 소식이 없습니다. 기업들이 어렵기는 하겠지만 부도나 파산의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미디어가 지나치게 호들갑 떨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