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평일에는 회사원, 주말에는 사장님

어떻게 그렇게 사냐고?

by 인생 여행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내 일정을 듣고는 혀를 내두르며 묻곤 한다.
“야, 너는 도대체 잠은 언제 자냐? 평일엔 회사 갔다가 대학원 가고, 주말엔 가게 나가고... 어떻게 그렇게 살아?”

그럴 때마다 나는 씩 웃으며 대답한다.
“왜? 나 아직 싱글이잖아. 내 시간은 오롯이 다 내 거야.”

농담처럼 던진 말이지만 뼈가 있는 진심이다. 맞다, 나는 싱글이다. 육아나 가사 노동에서 자유로운 이 시간을 온전히 나의 성장과 일에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친구들이 모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사실은 이 모든 게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벌인 일들이라는 것이다(누굴 탓하랴).

나의 일주일은 테트리스 블록처럼 빈틈없이 짜여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나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출근해 모니터와 씨름한다. 결재 서류를 올리고 회의에 들어가고,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다. 퇴근 후에는 대학원생이 되어 늦은 밤까지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며 머리를 채운다. 그러다 모두가 늦잠을 자는 주말이 오면, 나는 샐러드 가게 사장이 되어 앞치마를 맨다.

남들이 보기엔 쉬는 날이 없어 안쓰러워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 주말은 나름의 휴식이다. 평일 내내 회사의 부품처럼 돌아가느라 지끈거렸던 뇌를 잠시 끄고, 내 가게에서 단순하게 양파를 썰고 샐러드를 담다 보면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보고서 속의 딱딱한 숫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을 대면하는 순간 나는 비로소 사람들과 더불어 산다는 생생한 에너지를 얻는다.

처음부터 거창한 철학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평생직장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고 떠들어대는데, 회사 명함 하나만 믿고 있기엔 불안했다. 이 회사 밖으로 나가면 과연 나는 무엇을 해서 먹고살 수 있을까.

그런 고민 끝에 닥치는 대로 도전했다. 스터디카페, 독서실, 온라인 스토어, 배달, 과외... 수많은 시도 끝에 지금의 샐러드 가게를 열었다. 아무리 AI가 똑똑해도 밥을 대신 먹어줄 순 없을 테니까. 가장 아날로그하고 인간적인 영역이라 생각해서 선택한 것이고 지극히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었다.

그런데 그 치열한 생존의 현장에서 나는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평일의 치열함과 주말의 노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막연한 두려움이나 돈이 아니었다. 어떤 일을 하든 결국 ‘사람’에게 향하는 어떤 뜨뜻한 것이 있었다.

​이 글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30대 싱글 회사원의 몸빵 기록이자, 회사라는 울타리 밖에서도 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의 치열한 도전 일지다. 몸은 좀 힘들지 몰라도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나의 일주일을 이제 시작해 보려 한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