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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Nov 06. 2024

예전의 나처럼 말이야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흔들리는 기차 창밖으로

초점을 잃은 풍경이

빠르게 스쳐간다


저 멀리

반짝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햇빛에

눈을 찡긋 감는다


어두워진

시야 사이로

코끝이 찡하며

서늘한 바람이

몸을 휘감는다


컴컴한

눈안쪽 세상에는

뒤엉킨 언어의 조각들이

어지럽게 어른거린다


이대로 눈을 감아버릴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세상에 나를 가두어 버릴까


애매한 세상에 서 있는

나의 마음은 점점 좁아져

완전히 길을 잃어간다


애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꾸역꾸역 버티는 하루를

모두 내려놓을 수 있을까


흘러가는 대로 그냥

그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눈앞에 있는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들을

과연 나는 눈을 떠

마주할 수 있을까

..


예전의

나처럼 말이야

..

….



내려야 되네

도착했다

일단 내리자




-2024년 8월

기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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