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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진 Aug 26. 2022

바다가 보이지 않아도

파이 이야기(2001) 후기

리처드 파커는 쭉 나와 함께 있었다. 그를 잊어본 적이 없다. 보고 싶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 보고 싶다. 지금도 꿈에서 그를 본다. 주로 악몽이지만, 사랑이 얼룩진 악몽이다. 사람의 묘한 심리다. 어떻게 그렇게 불쑥 날 버릴 수 있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작별인사도 없이, 한 번 돌아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렇게 훌쩍 가버렸을까? 도끼로 쪼개는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


-얀 마텔, <파이 이야기>



 바다는 마음속에 언제나 있지는 않다.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겠지만 그곳은 너무 멀어 보이지 않는다. 영원할 것만 같은 표류는 언젠가는 끝이 나고, 그 시작도 끝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육지로 돌아왔을 때 남는 것은 기껏해야 표류 생활 동안 쓴 잉크 자국이 말라붙은 일기장과 바다로 가기도 전의 사진첩, 그 모든 일들에 대한 기억뿐이다.


 시간이 지나 그 흔적마저 엉망이 되며 바다의 일은 서서히 잊히고, 매일매일의 육지의 일만이 중요해진다. 그러나 바다에서 함께한 무언가는 항상 마음속에 있으며 꿈과 현실 모두에서 언제나 함께할 것이다.



Life of Pi


별점: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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