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30

얼마 안 남았다.

by corescience

초등학교 5학년 때다.

둘째 언니네 방에는 창고가 숨겨져 있다.

언니가 나가고 나면 그 창고는 내 차지였다.

그 이유는 창고에 정말로 많은 책이 있어서이다.

나는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를 않았다.

책 수집광인 언니덕에 나는 각종 모든 책을 섭렵했다.



그중 가장 충격적으로 읽은 책이 있다.

기드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책을 집어 들고는 그 책을 쉬지 않고 읽었는데 몇 번을 읽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 책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여자의 일생은 기 드 모파상의 1883년 장편소설로, 한 귀족 여성의 평범하고도 고난에 찬 일생을 ‘조그마한 진실’로 그린 작품인데 비극적 이야기이다.

대략 줄거리는 순진하고 착하게 성장한 여주인공 잔느는 라마르 자작과 결혼하였으나 품행이 난잡한 남편에게 버림을 받아 어두운 인생길을 걷는다.
양친과 식객인 숙모와도 사별한 그녀는 외아들 폴에게조차 버림을 받고 늙은 로자리에게 구원되나 자택도 남에게 넘어가 고독한 일생을 산다.

초등학생인 나에게 이 책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인간의 삶을 미화하지 않고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냉철하게 묘사하려는 작가의 책인데 배경지식도 없었던 나로서는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지금도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각자마다의 삶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들에 대해

고찰하고 싶었다.


어쩌면 나는 철학과를 나왔어야 하는데..

남존여비사상이 너무나도 강한 집에 태어나

나는 그 꿈을 실현시키지 못했다.


늘 어렸을 때부터 돈만 많은 우리 집이 불만이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부모덕에 나는 지금 내 나이가 되도록

고생을 해보지 않아 호강에 겨운 소리만 해댄 것이다.


나는 그동안 정말 탐욕스럽고거만하며 자기 연민이 강한 삶을 살아왔다.

나는 이제 그 틀 안에서 나와 스스로 일어서려는

노력을 하다 보니 내 삶은 너무나도 많이 바뀌어있었다.


각자의 생존 이유가 있는데 나는 그걸 찾고 있으면서 반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며 카운트다운을 세는 모순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의 내면은 끊임없이 채찍질을 하고 있다.

하루 4시간만 잠자며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가 매일의 숙제이다.


감정의 동요 없이 멘털이 무너지지 않고 살아가려니

엄청난 자기 관리가 필요했다.

4년 전부터 공황정애 불안장애를 겪고 있어서

나는 수면제 없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매일 나만 힘들게 살고 있는가롤 고민하며

모순적으로 너무나도 매일을 일벌레처럼

열심히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D-730일이다.

나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나에게 맡겨진 모든 의무들을

이행하며 열심히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내 뇌에서는 다양한 생각들이 가득 차있다.


그때까지 나는 생존일기를 열심히 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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