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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 Travel Jan 14. 2023

러시아 여성

아름다움, 강함, 그리고 차가움

러시아인들의 연애관에 이어서 (적어도 나에게는) 또 다른 흥미로운 주제인 여자에 대해서 이야길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나라에 미인이 많다는 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 우스갯소리로 장모님의 나라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미인이 많은가라는 물음에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많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느낀 러시아 여성에 관한 (외향과 내향 모두)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외모

아무래도 얼굴이 똑같이 생겼어도 키가 더 크고 (특히 하체가 굉장히 길어 늘씬한 느낌을 줌) 골반이 넓으며 옷차림이 굉장히 도도하기에 일단 추가 점수를 주고 시작한다. 특히 겨울에 털잠바(무스탕)와 롱부츠를 신고 다니는 러시아 여성의 뒤태는 정말 아름답다. 얼굴은 또 어떠한가. 오밀조밀한 아시아인 이목구비보다 시원시원한 선을 좋아하는 나는 여기서도 추가 점수를 더 부여하고 싶다. 금발의 여성은 많지 않지만 자연스러운 갈색 빛 머리색을 가진 러시아인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한 번은 정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하늘색 눈을 가진 러시아인을 본 적이 있는데 어느 화가가 그린 것처럼 정말 깊고 매력적이었다. 백인은 맞지만 건강한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해서 그런지 아니면 선천적으로 피부가 얇은 건지 푸른색 정맥이 드러난 피부, 특히 얼굴에 푸른 실핏줄이 보일 땐 정말 좀비 같았다. 한겨울 이른 아침 학교로 가는 지하철을 타면 꼭 그런 러시아 여자들을 볼 수 있는데, 예쁘지만 섬뜩한 기분이 든다. 이 정도면 나의 짧은 언어구사력으로 어느 정도 외모에 대해 전반적으로 디테일하게 묘사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노화 및 살찜

어느 날 하루는 시내의 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러시아인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슷한 옷을 입은 한 무리의 러시아인들이 들어와서는 자리 한편을 차지하고 시끌벅적 떠들기 시작했다. 다 큰 성인이 매너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러시아인 친구가 도착해서는 하는 말이, "어? 오늘은 학교가 일찍 끝났나 보네" 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고등학교에 가본 적이 없고 고등학생들이 학교 가 있는 시간 동안 나도 학교에 있었으니 그들이 입은 게 교복인 줄도 몰랐던 거다. 게다가 한두 명 빼고는 완전히 성인 얼굴이라 당연히 어른일 줄 알았는데 친구의 말에 적잖이 놀라긴 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은 러시아 친구가 자신의 고향에 초대해 주어서 간 적이 있었다. 그 친구에게는 고1 동생이 있었는데, 이 때도 고1이란 말에 정말 놀랐다. 지금도 러시아에서 공부하고 있는 나의 사촌 동생이 나중에 모스크바에 방문했었는데 이때의 사촌 동생도 고1이었다. 둘을 비교해 보면 그냥 애와 어른,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내가 느끼기에 어느 한 지점이 있는데, 특히 여자들이 이를 기준으로 확 어른스럽게 변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의 젊은 여성들은 전혀 뚱뚱하지 않다. 되려 말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 든 여자들은 뚱뚱한 경우가 많은데 결혼하고 가족들이 남긴 음식을 먹어서 그리 된 거라고들 말한다. 그래도 미국 사람들보다는 뚱뚱하지 않은 것 같다. 실제 검색한 결과도 미국의 여성 비만율은 42퍼센트인 반면 러시아 여성은 25퍼센트이다. 러시아에 살아보니 이들의 식습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 가면 가장 쉽게 볼 수 있고 싼 식료품은 빵과 감자이다. 조금 질이 떨어지지만 200원짜리 바게트 빵도 있고 마들렌 같은 디저트도 500원에서 1000원 사이에 괜찮은 양을 살 수 있다. 감자는 매일 가격이 바뀌긴 하지만 1kg에 200원을 한 적도 있고 보통은 500원 아래이다. 이렇게 싼 가격 때문에 월급이 넉넉지 않은 러시아 사람들의 주식이 될 수밖에 없고 이런 심각하게 탄수화물로 집중된 식습관이 비만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상당 수의 연구결과들이 이런 탄수화물이 육류보다도 비만에 더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니 말이다. 


성격

대체로 러시아 여자들은 애교가 없다 들었다. 일단 "애교"라는 단어 자체가 러시아어에 없고 한국 드라마를 봐도 그냥 발음 나는 대로 번역이 된다. 언어는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반영한다고 했으니 러시아인에게 애교를 기대하긴 조금 힘들 듯하다. 러시아인들은 러시아 여자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아름답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긴 한데 러시아 여성들의 자존감을 이를 뒷받침 하진 못한다. 예쁜 여자가 많고 다들 소탈하여 조금만 예쁘면 이름값 한다고 하는 얘기는 러시아에선 별로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소녀 또는 아가씨들은 대체로 차갑다. 모르는 길을 물어보거나 정보를 좀 얻으려 해도 떠듬떠듬 러시아어로 이야기해서는 이들의 차가움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서로 공통 관심사가 있거나 아는 사이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굉장히 친근하게 대해주기는 한다. 우리 반의 반장은 여학생이었는데 너무 공부가 어려워 시험기간에 도와달라고 했더니 기꺼이 시간을 내주고 문제도 같이 풀어줬다. 그뿐만 아니라 조금 더 친해지면 가진 게 적던 많던 나누려고 하는 모습이 좋았다. 왜 그렇게 모르는 사람에게 막 대하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여자들이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며 억척스러워진다. 한국 아줌마들도 이따금 괴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있듯 삶이 고달픈 걸 깨닫기에 강인한 생활력을 갖추게 되는 건 이해되지만, 러시아에선 혹독한 날씨와 더불어 더더욱 강해지는 듯하다. 할머니가 되면 이 강인함이 절정에 다다르는데 그러면 무서울 게 없다. 나도 러시아에서 제일 피하고 싶었던 게 러시아 할머니들이다. 한 번은 기차역에서 현금으로 계산을 안 하고 카드로 했다가 (러시아에서 카드로 계산하면 비밀번호도 눌러야 되고 결제 시간이 길어짐) 뒤에 기다리는 할머니에게 욕을 먹었다. 또 다른 날은 버스에서 앉아 있었는데 핸드폰을 하느라 버스에 누가 타고 내리는지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근처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나한테 소리치며 저기 아가씨가 서 있는데 자리를 왜 안 비켜주냐며 (러시아에선 젊은 여성에게도 자리를 양보하는 게 예의이라는데...), 너네 나라로 가라 했다. 몇 번 이렇게 당하다 보니 (물론 순순히 당하진 않았지만) 겨울에 종종 빙판에 러시아 할머니들이 넘어지면서 비명을 지르는데 나한테는 그 어떤 소리보다도 감미롭게 들릴 때가 있다. 


번외(노출)

러시아는 겨울이 길지만 짧아도 습하지도 덥지도 않은 나름 매우 괜찮은 따뜻한 여름이 있다. 러시아의 여성들은 더워진 날씨에 맞추어 짧은 옷을 입기 시작하는데 특히나 가슴팍이 아주 많이 파인 옷을 종종 입는다. 반면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람은 찾아보기가 힘든데, 이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라 생각되었다. 한국에선 가슴골이 보일 정도로 파인 옷을 입은 사람을 쉬운 여자라 생각하는 데에 반에 러시아에선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자를 그렇게 본다. 내 생각엔 남자들의 취향이 반영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한국에선 가슴 큰 여자들이 인기가 많지만 러시아에선 엉덩이가 큰 여자들이 인기가 많다 한다. 어느 러시아 드라마에서 어느 남자를 짝사랑하는 한 여자가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데, 하는 말이 "난 별로 예쁘지도 않고, 엉덩이도 별로 크지 않은데..." 하는 것만 봐도 '엉덩이가 큼 = 예쁨'이 성립되는 걸 알 수 있다. 겨울에 러시아를 방문하더라도 대부분의 건물에서는 무료로 난방이 되기 때문에 여성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니니 러시아인들의 옷차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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