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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 Travel Dec 31. 2022

이해하기

다른 사람들과 이해하며 지내기

좋던 나쁘던 러시아에서의 생활은 "다름"이라는 가치에 대해 일깨워준 소중한 경험이다. 막연히 다르다하기 보다 러시아어와 러시아인들에 다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질문하는 방법

우리에게 제일 친숙한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어순이 비슷한 일본어랑 비교해서도 러시아어는 아주 다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의문문의 강세가 마지막에 있지 않고 묻고자 하는 단어에 있는데, 예를 들어 한국어로 "너 학교에 다녀왔니?"를 묻는다면 마지막인 "니?" 부분에서 어조 올려 질문을 할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어로 말하면 세 가지를 한 문장으로, 다만 어조만 바꿔서 물어볼 수 있다.

1. " 학교에 다녀왔니?"
2. "너 학교에 다녀왔니?"
3. "너 학교에 다녀왔니?"

1번은 대화하는 상대가 무언가를 했는지 묻는거고 2번은 상대가 다녀온 곳이 학교인지 묻는거고 마지막으로 3번은 상대가 학교에 다녀온건지 안다녀온건지 행위자체를 묻는 문장이 된다. 언뜻보면 뭐가 다른지 차이를 느끼기 힘든데 보통은 행위자체를 묻는 경우가 많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생각보단 금방 익숙해진다.


어순의 차이

러시아인들에게 어순이 있냐고 물어보면 없다고들 말한다. 실제로 문법적으로는 틀린말이 아니기도 하고 맞는 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난 너를 사랑해"의 문장의 경우, 특별한 (혹은 생략된) 경우가 아니고는 어순이 바뀌는 경우는 없지만 러시아어론 거의 모든 어순이 가능하다. 3가지 단어로 되어있기에 모든 경우의 수는 2의 3승으로 8가지가 되지만 실제로 자주 쓰는 어순은 두가지 정도로 한국어와 같은 어순인 "난 너를 사랑해"와 "난 사랑해 너를" 정도가 된다. 러시아어는 동사에 주어의 정보(나, 너, 제3자, 우리, 너를 포함한 복수, 복수의 3자)가 일부 포함되어 있기에 생략에 있어서 한국어보다 조금 더 자유도가 높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 어순으로 쓰면 러시아인들이 말을 왜그렇게 하냐고 틀렸다고 말하기에 익숙해지는데 조금 노력이 필요했다.


러시아어의 반말/존댓말

선입견이라면 그럴수 있지만 상남자 스타일의 러시아의 불곰 형님들과 누님들은 존대라는 걸 잘 모를 것 같지만 사실 존댓말이란 비슷한 개념이 있다. 하지만 한국과 다른 점은 존댓말을 사용하는 기준이 친근함이 되기에 몇몇 예외를 제외하곤 할머니 할아버지라도 가족끼린 절대로 존댓말을 쓰지 않는다. 처음에 이들의 문화를잘 몰랐을 땐 러시아 친구가 자기 부모를 이름으로 부르거나 "너"라고 했을때 요런 예절머리라곤 전혀 없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생각했다. 이성으로 만난 남녀사이에 있어서도 처음 만났을 때를 제외하곤 거의 존댓말을 쓰지 않는다. 당연히 공적으로 만난 상대(학교 또는 회사 등)에게는 존칭을 사용한다. 식당이나 카페 직원이 "너"라고 하더라도 친근함이라는 표시니 아주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지만 난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모르는 이를 대함

처음 모스크바 세레메치예보 공항에 내려서 입학수속을 밟으면서 러시아인들은 정말 듣던데로 엄청 불친절하다는 느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시간이 지나며 좀 변하긴 했는데 그 이유인즉 러시아인들은 대체로 모르는 이방인에게 친절히 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일면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하물며 기차의 동승객) 굉장히 예의가 바르게 되고 체면을 차리기 시작한다. 같은 사람들이 맞나 싶을때도 많았어요. 거리에서는 거의 막말을 아무렇게나 일삼는 사람들이 러시아에서 만난 친구들도 너무나도 착했고 기차나 버스 등 몇시간만 같이 앉아있게 되면 먹을 것도 나눠주고 꽤나 놀랄 정도로 친절했다. 전부터 순진하도 숭고한 슬라브 민족(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동유럽 사람들 일부를 포함)이 외세에 수탈을 당했고 푸쉬킨이란 러시아의 대문호가 "모르는 사람에게 미소짖는 건 바로나 하는 짓이다"라고 했기 때문이라는데, 원인이 뭐가 됐든 불친절의 이유로 나를 납득시키는 건 불가능했다.


러시아어 농담

러시아에 도착하고 나서 러시아어를 조금 재밋게 배워보려 서점에서 러시아어 농담집을 구입한 적이 있다. 초보자를 위한 책이어서 그런지 모르는 단어도 그다지 많지 않아서 읽는 것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처음 몇개를 읽었을땐 내가 잘 이해를 못하고 있나 싶었는데 근데 몇개를 읽어도 도통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몰랐다. 러시아 친구를 불러서 같이 좀 봐달라했더니 첫 농담부터 빵터지면서 어디서 샀냐고 물었다. 어이가 아주 없었지만 정중히 어느 부분이 웃기냐고 물어봤고 친구가 아주 친절히 웃음 포인트와 설명을 해주었지만 그 후로 러시아의 농담에 익숙해 지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 외

러시아인들이 추위에 강하다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인 것 같다. 한국에서 학원을 다닐때 원어민 강사가 있었는데 날이 조금만 추우면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꽁꽁 옷과, 모자, 장갑 등으로 덮고 왔다. 물론 러시아에 도착하고 나서도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런면에서 러시아인들이 육체적으로 추위에 강하다는 말은 틀린말일 것 같다. 게다가 러시아에선 실내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건물에서 히터가 무료로 너무 따뜻하게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이 추운 날씨 때문에 추위에 익숙한 신체적 특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조금 무리가 있을 듯 싶다. 러시아인들이 추위에 강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옷가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여자를 부를때 단어 선택을 신중히 해야한다. 전체가 아주 하얀 백발의 여성이라고 하더라도 "할머니"라고 부르는 건 대단히 실례다. 한번은 수업시간에 러시아어 선생님이 자신에 대해서 묘사해보라 해서 "살짝 고약하게 생겼지만 마음씨는 착한... 할머니"라고 했다가 한두시간 정도 핀잔을 들었다. 마찬가지로 아줌마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도 아줌마라고 하는 것도 실례라하고 아줌마라는 단어는 공항에서 들었는데 순한맛 욕설처럼 쓰이더라. 그러면 모르는 러시아 여성을 부를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었더니, 러시아 여성들은 다 "아가씨"란다. 러시아에서 멧돌 손잡이는 쉽게 돌아올 생각이 없다(어이 - 멧돌 손잡이).


그들은 매우 달랐다. 그렇다고 못살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선뜻 친근하다고 느끼기에도 무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 내가 그들의 다름을 순순히 인정하기에 부족한 사람이기에 그러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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