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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후 Nov 23. 2024

에코는 돌아오는 중입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빼앗겨 본성을 잃었습니다


https://www.cwt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593


에코는 어디로 갈까




컹컹 짖는 누런 개 메리가

잎새에 이는 바람으로 미루나무 논을 지키던

마당 넓었던 스위트 홈


부엌문 열면 몇 발자국 앞에서 펌프가

언제든 허공에서 세례를 퍼붓던 한여름


어린 벼가 자랄 동안 어우렁더우렁

어딘가에서 얼러주던 노랫가락

엇박자를 타던 맹꽁이와 개구리


끔뻑이는 새끼별 잠들 동안

무더위 휘젓던 도끼눈이 보름달

될 줄 모르는 부채가 춤을 춘다


연두와 초록이 흥건한 치마를 걸친 연못들에

오가던 길이 헷갈리는 뙤약볕

스스로 나가떨어져 뉘엿하는 삼복더위


기후가 변화는 꿈은 못 꾸는 에코 시대


호머 시대가 몰고 온 역습은

면역이 없어 만성이 무서운 여름


조연을 앞세운 이변 앞에 주연이

온몸으로 울고 있다



[시작 노트]


헤라에 의해 숲의 요정 에코는 자신의 말을 할 수가 없는 벌을 받았다. 누가 하는 말을  따라 할 뿐.


자신의 목소리를 인간에게 소리 낼 수 없는 자연의 에코,

그 아픈 속을 누가 알아줘야 할까.


에코는 돌아온다, 그것이 우리말을 따라 하는 것은 자명한데...


우리가 외친 말의 에코는 어디로 갈까.


돌이켜 보면 여름이 좋았다. 최애 계절이 여름이라고 말하곤 했다. 언제부턴가 여름이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단지 1도의 문제가 아니라 면역체계의 오작동을 일으키는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진다.


회억해 보면, 여름엔 푸른 논에 물이 찰랑거렸다. 눈이 참 시원하기도 했다. 물놀이하며 산과 들을 누비고 에어컨 없이도 견딜만했다.


점점 에어컨 없이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환경에서 자연이 주연이었다. 사람은 조연일 뿐인데, 주연 자리를 넘보다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출처 : 창원특례신문(https://www.cwt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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