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온 것들이 있다
가장 친밀했던 타인의 격렬한 폭발 이후, 집 안에는 섬뜩한 고요가 찾아왔다. 그것은 이전의 묵직했던 침묵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이전의 침묵이 서로를 외면하기 위한 두꺼운 장막이었다면, 이 새로운 고요는 폭발로 인해 발생한 깊은 균열을 응시하는 공포와 체념이 섞인 정지 상태였다. 모두가 부서진 파편 위에서 조심스럽게 숨을 쉬고 있었다.
수정은 이튿날 아침에 출근하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20년간 그녀가 지켜온 침묵의 언어는 산산조각 났다. '희생만이 평화를 지킨다'는 신념으로 이루어져 있던 그 신념은 남편의
"당신은 이 집에서 도대체 뭘 하는 거냐?"
의 절규 앞에서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었다.
수정은 자신이 지난 20년간 쌓아 올린 모든 것이 거짓된 평화였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녀의 희생은 남편의 무기력을 가속화시키는 공범이었고 딸의 고독을 외면하는 방패였다. 그녀는 이제는 더 이상 출근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공장은 안정된 노동의 공간이 아니다. 자신이 희생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도피했던 또 하나의 섬이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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