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폭발
균열은 언제나 가장 얇고 단단해 보이는 곳에서 시작된다. 그날 저녁에 시작된 균열은 식탁 위의 작은 물방울이었다.
저녁 식사 시간에 아버지는 여느 때와 같이 회색 작업복을 입고 자신의 접시 주위를 강박적으로 닦고 있었다. 어머니 수정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딸 은서는 외부 필자에게 익명의 글을 보낸 후 찾아온 묘한 죄책감과 해방감 사이에서 불안하게 침묵하고 있었다. 세 사람은 벽을 향해 앉아 각자의 고독한 섬에서 식사를 이어갔다.
아버지가 숟가락을 내려놓는 순간, 물이 뚝 떨어졌다. 김치찌개를 먹던 숟가락 끝에서 흘러나온 작은 물방울이 아버지가 몇 시간 전 정성껏 닦아놓은 식탁 아래 마룻바닥에 튀었다. 아주 사소하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평소 같았다면 아버지는 재빨리 손수건으로 그 물방울을 닦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아버지는 물방울을 닦지 않았다. 그는 그 작은 물방울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것은 그에게 그냥 얼룩이 아니었다. 자신의 통제력 상실과 무기력의 침투 그리고 자신이 지난 3년간 필사적으로 막아왔던 무의미함의 증거였다. 그 작은 것이 그의 세계를 붕괴시키는 파국의 촉매처럼 보였다.
"이수정!"
아버지는 어머니의 이름을 불렀다. 3년 만에 처음 듣는 감정이 실린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식탁 위의 침묵을 찢고 유리잔을 깨뜨릴 듯 날카로웠다.
어머니 수정은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의 이름을 그것도 분노와 함께 부르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의 침묵의 방어막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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