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은 올리지 않는다
폭발 이후의 며칠은 가족에게 닻을 올리지 않는다는 선택을 강요하는 시간이었다. 닻을 올린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의미였다. 움직임은 곧 새로운 갈등을 낳을 수 있었다. 그들은 침묵의 언어가 부서지고 난 후에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고요 속에서 서로를 관찰했다. 이것은 이전의 외면을 위한 침묵이 아니었다. 상대방의 상처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거리 두기였다.
아버지, 태무는 더는 강박적으로 청소를 하지 않았다. 회색 작업복은 옷걸이에 걸린 채 이틀째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그의 몸은 여전히 굳어 있었으나 그의 내면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어머니 수정이 자신의 베란다 비밀을 알았다는 사실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가 자신의 선인장 수첩을 읽었으리라 짐작했지만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침묵은 비난이나 질책이 아니었다. 낯선 이해의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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