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에서 이자 받기
언제 들어도 듣기 좋은 알림이다. 연말연초 주식 시장을 바라보면서 우울했는데, 오래간만에 반가운 톡이 왔다. 작년에 매수한 한국전력 채권에서 세후 78,962원의 이자가 입금되었다.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이자가 들어오면 기분이 좋다. 이번달 전기세를 이걸로 내는 상상도 해본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전력 채권의 이자가 크게 올랐다. 사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모든 채권이 다 그러긴 했다. 그래도 한국전력은 신용등급이 AAA라 그 안정성이 뒷받침되는데도 불구하고, 유사한 신용등급의 다른 채권들 대비해서도 특히 금리가 높았다. 작년 초쯤 한국전력 채권의 금리가 2%가 넘었을 때도 주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워낙 저금리가 지속된 터라 공사채가 2%가 넘는다는 것이 신기했던 때였다. 슬슬 개인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은 5~6%라고 해도 그다지 놀랍진 않을 것 같다.
한국전력은 어마어마한 적자와 막대한 양의 채권 발행으로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럴수록 한국전력 채권의 금리(수익률)는 올라갔다. 나는 '이 정도면 적당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한국전력 채권 유통물을 매수했다. (증권사에서 개인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장외채권으로 적은 금액 단위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채권이 최고의 투자라는 확신이 들어서 매수한건 아니다. 주식시장 변동성에 지친 마음과 현금을 있는 그대로 두지 못하는 습관이 모두 작용한 것 같다. 예금은 지루하고, 차라리 채권에 내 현금을 묶어두면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다.
세후 78,962원이 입금 됐으므로, 원래 이자는 93,336원 정도가 되었을 거라 계산할 수 있다. (이자소득세 15.4%) 한국전력채권은 1년에 2번 이자를 지급한다. 이자를 지급하는 주기는 채권마다 조금씩 다르다. 국채와 한국전력과 같은 공사채는 일 년에 2번, 보통 회사채는 일 년에 4번 나누어 지급한다. 이자 93,336원을 두 번 받으면 일 년에 받게 되는 이자가 186,671원 정도가 된다.
모든 채권의 정보는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채권의 이름이나 종목코드를 가지고 검색하면, 발행일/만기일/잔존기간, 이자지급주기, 표면금리와 같은 기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발행일은 2021년 7월 1일. 만기일은 2024년 7월 1일. 발행일부터 6개월 주기로 이자를 지급하다 2024년 7월 1일에 이자와 원금 모두를 주게 되어있다.
이자는 언제 들어오나요?
직전이자지급일은 2023년 1월 1일인데, 이날은 영업일이 아니다 보니 이자는 1월 2일에 들어왔다. 이렇게 이자 지급일이 휴일일 경우 이자를 어떻게 지급하는지도 미리 정해져 있는데, "이자지급 선/후급"을 보면 된다. "후급"은 원래 이자 지급일로 정해진 날이 휴일일 경우 그다음 영업일에 이자를 지급한다는 뜻이다. 다음 이자지급일인 7월 1일도 토요일인데, 이 경우에는 7월 3일인 월요일에 이자를 받게 될 것 같다.
표면금리 1.649%. 이 채권을 발행할 당시 이자를 얼마를 줄지 정해 놓은 것을 말한다. 채권 발행일인 2021년 7월 1일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었다. 발행할 당시에 만기 3년짜리 채권이었는데, 그 때는 이정도 금리로 발행이 됐다.
채권을 매수할 당시 수익률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채권을 발행할 때 산 게 아니고, 한참 지나서 유통시장에서 매수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입금된 채권 이자(혹은 표면금리)만으로 수익률을 판단할 수 없다. 채권을 발행한 이후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나는 가격이 떨어졌을 때 채권을 샀고, 그렇기에 이자 이외에 '싸게 산 만큼'의 이익이 생긴 것이다. (참고 [브런치]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당시 은행 예금 금리보다는 수익률이 높을 때 사지 않았을까 추측해보면 대략 4~5% 내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