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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철 Jong Choi May 17. 2024

문화는 ‘달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행위다

#Stardoc.kr  최정철칼럼

[스타다큐=최정철 칼럼] 지중해변 도시 프랑스 니스에서 매년 2월 중순부터 사순절 전날까지 약 2주 동안 개최되는 축제로, 브라질 리우 삼바 카니발과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니발과 더불어 세계 3대 카니발로 꼽히는 축제가 니스 카니발(Carnaval de Nice)이다.

7백여 년 역사로 현존 온 세상 카니발의 큰형 격인 니스 카니발은 사순절을 앞둔 사육제 기간 니스 지방에 머물던 프로방스 백작 촬스 당주(Charles d'Anjou)에 의해 시작되었으나 초기에는 매년 시행한 것은 아니었다.


로켓맨 김정은과 트럼프(사진출처=외교부)


18세기 중반부터 니스는 연중 온난한 날씨와 아름다운 풍광을 갖춤으로써 같은 기후 조건을 갖춘 지중해 연안 도시인 마르세유, 제노바와 함께 ‘코뜨 다쥐르(Côte d’Azur 지중해 휴양지)’로 불리며 겨울철 관광지로 각광 받기 시작하였다.

주목받는 관광지라면 곧 사람이 많이 찾아든다는 것이요, 그렇다면 카니발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해마다 시행함을 원칙으로 삼으면서 규모를 키우더니 마침내 1873년 축제위원회(Comité des Fêtes)가 결성되면서부터 현대적 축제로 발돋움한다.

니스 카니발의 대표 프로그램은 퍼레이드다. 퍼레이드는 ‘꽃들의 전투(Bataille de Fleurs)’와 ‘환상의 카니발 코스(Corso Carnavalesque Illumine)’로 나뉘고, 구간은 니스 중심가인 장 메드생 거리부터 구시가지 중심부인 마세나 광장까지 이어진다.

‘꽃들의 전투’의 주인공은 꽃마차다. 꽃마차는 1976년 처음 등장해서 이후 니스 카니발의 상징이 되었다. 꽃마차는 이곳에서 대를 이어오는 카니발 장인들의 아이디어에 따라 제작된다. 즉 화가, 다자이너, 조각가, 철물 제조공, 용접공, 전기공, 재봉사들이 모두 협력해야 한다.

이들에 의해 디자인되는 꽃마차는 말이 끌도록 만들어지는데, 높이 6m, 길이 7m, 너비 2m 크기로 만들어지고 장미, 카네이션, 글라디올러스, 미모사, 달리아, 오랑캐꽃 등 갖가지 꽃으로 꾸며진다. 여기에 번쩍이는 금속 장식까지 더해지는 20여 대의 꽃마차들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최대한 유혹한다.


꽃들의 전투 퍼레이드 꽃마차에 올라타 꽃을 뿌려주는 미녀들(사진출처=nicecarnaval.com)


그것만 있으면 못내 서운한지 꽃마차마다 미녀들이 올라타 니스 지방에서만 재배되는 꽃 10톤 분량을 관람객들에게 신나게 뿌려주는 것으로 축제의 흥을 북돋운다. ‘꽃들의 전투’에는 매년 1천 5백 명이나 되는 인원이 동원되고, 해외 각지에서 모여든 악단과 무용단, 2천 명의 어린 소년 소녀들로 꾸며지는 가장행렬과 함께한다.

‘환상의 카니발 코스’ 때에는 행렬이 통과하는 양편 길에 15만 개나 되는 가로등이 밤거리를 대낮같이 밝혀 준다. 이 퍼레이드의 가장 큰 관심거리인 행렬 구조물은 기괴하고 거대한 대형 조형물로서 해마다 부여되는 주제에 맞춰 제작된다.

이 조형물 중에서 ‘카니발 황제’를 선정하고 마지막 ‘참회의 화요일’ 밤이 되면 해변에서 화형식을 거행함으로써 축제의 절정을 만끽한 후 불꽃놀이로 대미를 장식한다. 이 밖에 하늘에서 거리 위로 색종이 날리기(원래는 씨앗을 뿌렸다), 밀가루 전쟁, 카니발 10마일 달리기 대회 등으로 축제의 재미를 더한다.


니스 카니발의 키워드는 화려함과 기괴함, 거대함으로 말할 수 있다. 왜 화려하고 기괴하고 거대할까? 이것들에는 카니발의 주제가 담겨있고, 이 표현방식으로 주제가 선명하게 전달된다. 니스 카니발의 주제는 곧 해학이다. 세상의 부조리를 불공정을 불편함을 화려함 기괴함 거대함이라는 스펙트럼으로 뿌려댐으로써 사람들에게 재확인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카니발 하나로 세상이 정신 차린다는 것은 또 아니다. 세상은 세상대로 돌아가는 것이요 사람들은 한바탕 웃고 즐길 뿐이니 그저 그렇게 스쳐 사라져가는 것이다. 남는 것은 주제다. 해학 틀에 들어왔던 그해의 주제는 존속한다. 카니발로 머릿속을 씻은 사람들, 카니발을 떠나도 그들의 머릿속에는 그 주제가 선명하게 새겨져 오래 간다.


각국 정상들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조형물(사진출처=KBS)


충북 음성군에서 품바축제가 25년째 시행되고 있다. 내세우는 주제는 ‘박애’다. 옛날 음성 땅에 살았던 최귀동이라는 노인 거지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었다고 한다. 그 박애 정신을 되살리자는 목표로 벌이는 축제다.

그렇지만 프로그램 구성 내용이나 참가자들 수준을 보면 주제인 ‘박애’를 찾아보기 어렵다. 최귀동을 알리는 전시관은 있으나 한쪽 구석에 비치되어 있을 뿐이요, 그의 박애는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축제의 중심 프로그램은 품바 경연이다. 전국 각지의 엿장수 품바 거지들이 몰려들어 듣기 거북한 음담패설들을 토해내고, 고르고 고른 저급 트로트 음악 가락에 보기 민망한 몸짓들을 몸부림치듯 풀어낸다. 사람들이 웃어주기야 하겠지만 돌아서면 머릿속 세척 대신 한차례 배설했다는 기분만 느낄 뿐이다.

음성품바축제는 주제를 잘못 정했다. 품바는 그 시대 해학의 아이콘이다. 사회적 약자의 풍자와 해학은 강렬한 것이다. 음성군은 해학 코드를 놓친 채 그저 저급 음담패설 타령에만 매달리고 있을 뿐이다. 그 표현방법도 천하고 말이다.


성철스님은 달 가리키는 손가락 대신 달을 보라는 말을 했으나, 문화는 달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행위다. 예쁜 손가락을 들어 달을 가리켜야 그 손끝에 걸린 달(주제)도 예뻐 보이는 것이다.



글=최정철 | 축제감독, 전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출처 : 스타다큐(https://www.stardoc.kr)

https://www.stardoc.kr/news/articleView.html?idxno=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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