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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철 Jong Choi Aug 26. 2024

노르웨이 바이킹 축제와 한국의 장보고 축제

Stardoc.kr 최정철 칼럼

‘바이킹’ 하면 대개 ‘북유럽의 무자비한 해적’부터 떠올리겠지만, 바이킹은 프램(Fram)이라는 쾌속선을 타고 유럽과 북미 등을 개척하던 바다의 용사라는 인식도 따라야 한다.

그들이 터득해 낸 고도의 항해술 랑스킵(Longship)은 북극을 항해했던 난센과 남극을 탐험한 아문센을 낳았을 뿐 아니라 중세 유럽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카르뭬이 바이킹 축제의 하이라이트 장면. 사진출처=wix.com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왕국을 세웠고, 바깥으로는 프랑스와 잉글랜드(덴마크계), 아이슬란드와 그린랜드와 북아메리카 빈랜드(노르웨이계), 러시아와 지중해 시칠리섬(스웨덴계)에까지 자신들의 족적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바이킹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축제가 개최된다.


노르웨이 남서쪽에 있는 카르뭬이(Karmøy)는 바이킹 축제를 여는 대표적인 도시다. 먼 옛날 바이킹들이 노르웨이에서 북해로 진출할 때 그 출발지가 바로 카르뭬이였다. 카르뭬이의 아발즈네스 지역은 카르뭬이에서 전략적으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이었기에 바이킹 왕은 이곳을 기반으로 전 바이킹들을 지배했다.


초기 노르웨이 왕조의 왕들도 이곳에서 배출되었고, 이곳을 근거지로 삼아 노르웨이를 다스린 것이다. 이곳뿐 아니라 가까운 해안 내륙을 포함한 인근 일대에는 수많은 바이킹 유적이 존재한다. 고대의 바이킹들이 숲 안에 조성해 놓았던 스톤서클(잉글랜드의 스톤헨지와 유사)은 바이킹들의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신성한 공간이었다.


바이킹의 날개가 되어주었던 쾌속선 프램(Fram). 사진출처=나무위키


1993년 시작된 카르뭬이 바이킹 축제는 해마다 6월 첫째 주에, 아발즈네스의 노르드베겐 지역에 있는 바이킹 농장에서의 청소년 대상 바이킹 체험 축제로 시작된다. 청소년에게 바이킹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심어주기 위함이다. 본격적인 축제는 아발즈네스 동쪽의 북퀘이(Bukkøy) 섬에서 펼쳐진다.


이 작은 섬에는 노르웨이 전통 건물들이 즐비하기에 건물을 개조하거나 새로 지은 집, 텐트 등을 활용해서 바이킹의 전통과 생활을 배우고 익히는 캠프로 활용한다. 북퀘이 섬 숲속에 펼쳐진 바이킹 농장에서는 노르웨이뿐 아니라 유럽 전 지역의 바이킹 후손들이 모여들어, 일주일 동안 고대 바이킹 시대를 구현한다.


그들은 바이킹 의상을 입고 바이킹 집에서 바이킹 방식으로 바이킹 음식을 만들고 바이킹 시대의 공예품을 만들며, 바이킹 사냥 도구를 만들어 바이킹처럼 사냥한다. 바이킹 축제는 주어진 일정표가 없이 섬 곳곳에서 끼리끼리 모여 알아서 축제를 즐긴다.


바이킹을 만나게 해주는 다양한 소품들. 사진출처=wix.com


관광객들은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옛 바이킹의 흔적을 이해하고 때로는 바이킹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아이들은 바이킹 시대의 연극에 참여하고 바이킹 무기를 들고 바이킹 전사가 되기도 한다.

축제 중에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바로 바이킹 해상 활동 체험이다. 참가자들은 프램에 올라타 직접 노를 저어 바다로의 항해를 즐길 뿐 아니라, 전투 장면까지 재현하면서 축제의 절정을 즐긴다. 북퀘이에서의 축제가 끝나면 참가자들은 카르뭬이 곳곳을 누비며 바이킹 역사문화 탐방으로 바이킹 축제를 마무리한다.


한반도 땅에는 한때 해적이었다가 장차 해상왕국을 일군 장보고가 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딴 축제가 해마다 완도에서 열리고 있다. 축제의 격을 말하기에는 돌아볼 것이 있다.


해상왕 장보고를 어물전 생선으로 둔갑시킨 완도장보고수산물축제. 사진출처=완도장보고수산물축제


군민 위문 잔치의 수준에 머물고 있음인데, 여기에 축제 명칭을 ‘완도 장보고 수산물 축제’로 명명해 놓고는 완도산 수산물 판촉 행사로 성격을 굳히고 말았다. 장보고를 역사적 문화적 관점으로 들여다봐야 했는데 말이다.

그가 활약했던 시대와 현대를 대비하고, 해상왕 장보고의 정신을 투영하면 훌륭한 축제 개념이 도출된다. ‘동아시아의 국제적 교류’가 그것이다. 그리고 노르웨이 바이킹 축제가 ‘옛날 그대로 살아보기’를 표방하듯, 장보고 축제도 천 년 전 거친 해양인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는 한국판 바이킹 축제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더 축제다운 접근법이다.


한국의 지역축제 특징 중 유별난 것이 있다. 아무리 독특한 성격의 축제 소재가 있어도 근시안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떡하든 주민 위안 잔치 성격으로 희석하는 것이다.

주민 위안 잔치는 트로트 가수 불러 따로 하면 되는 것이고, 축제는 소재의 성격을 따라 그 지역만의 고유한 축제로 만들면 외래객은 자연스럽게 몰려든다. 외래객 몰려들면 지역 경제 꽃은 당연히 피어나니 그것이 진정한 주민 위안이다.



글=최정철 | 축제감독. 전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출처 : 스타다큐(https://www.stardoc.kr)

https://www.stardoc.kr/news/articleView.html?idxno=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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