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함을 앓다가 지쳐 잠든 날들이 지나간다.
분주하게 스치는 시간이 만든 마찰열은 이윽고 동토(凍土)를 질게 만든다.
처마 끝에 느긋하게 매달려 있던 물방울이 굳은 마음을 먹고 달음박질하여 땅에게 안겼다.
나긋하게 울리는 그 진동을 놓칠 리가 없는 섬세한 봄은 노구(老軀)를 이끌고 채비한다.
계절이 태어나던 시절부터 꽃바다 그려주고저 매번 찾아오던 그 오래된 얼굴에는 해맑은 주름만 있을 뿐 묵은 피로가 없다.
비탈진 시간을 건너 도착한 봄이 언 곳에 가만히 앉는다.
깊은 아량으로 대지의 생장점을 매만지는 그 손길에 감화한 구름이 울음을 터뜨리고 볕은 성심껏 온기를 내어 위로한다.
어수룩한 표정의 세초(歲初)를 정성스럽게 씻기고 고운 옷을 다려 입힌다.
침상을 덮던 구깃한 마음을 반듯하게 개키고 일어나니 봄은 작은 웃음과 함께 햇볕 한 조각 따서는 품에 넣어준다.
따스한 손길 아래 말갛게 피어난 이것과 저것, 살아 있는 것들과 멈춰진 것들, 그리고 너와 나 모두가 봄날이라 말하는 그 다정한 입매를 찬찬히 바라본다.
봄을 옹알인다.
봄을 옹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