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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Jan 10. 2024

안녕 2023

2023 201의 추억


이상한 2023학년도가 끝이 났다.


방과후와 축제 담당을 겸하는 2학년 부장과 중2 담임을 동시에 맡게 되면서 ‘이 악물고 한 해 버티자’고 다짐을 했는데… 결연한 각오가 무색하게 이를 꽉 깨물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따뜻한 눈빛과 살가운 말투로 다가와서 미주알고주알 종알거리는 아이들 덕분에 그저 많이 웃었다.


잘 배운 다정함이 큰 역량으로 손꼽히는 시대, 이미 값진 것을 지닌 아이들에게 올 해도 배우고 말았다.


눈물을 그렁거리며 지난 1년간 본인의 잘못을 참회(?)하는 아이, 감사했다며 목소리가 떨리는 아이들로부터 받은 편지를 안고 깊게 숨을 내몰아 쉬었다.


최근 방영 되었던 TV 프로그램 제목처럼 ‘내가 뭐라고’, 뭘 얼마나 대단한 것을 해주었다고 이리도 고마워하는가.


아쉬움에 눈물을 덧칠한다고 하여 후회를 녹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눈물 대신 고마움의 웃음과 경쾌한 악수로 한해의 온점을 찍었다.


아이들에게 준비한 작은 선물을 전해주었다.


3월의 첫날, 1년 뒤 본인에게 쓰는 편지를 쓰게 했다. 그것을 잘 보관하였다가 우리 반이 1년 간 매달 함께 찍은 사진을 인화한 것과 함께 되돌려 주었다.


‘으악 뭐 이런 이야기를 썼지?’


‘야 넌 뭐라고 썼어?’


작은 소동이 벌어지는 광경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Be Happy OO!’


아이들에게 선물한 우리의 추억 사진에 짤막한 덕담과 귀한 이름들을 눌러썼다.


새로운 학년이 아이들에게 꽃길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비록 꽃길이 비포장도로일지는 몰라도 나긋하게 걷는 발걸음을 타고 올라오는 피로감마저도 낭만일지니.


기억이 페이지라면 추억은 책갈피라는 말이 있다.


나에게 2023년이 좋은 추억이 되었듯 우리 아이들에게도 2023년은 책갈피가 끼워진 한 페이지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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