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광고의 중요성과 현대 광고의 아버지, 데이비드 오길비
광고를 생각했을 때 이 두가지 단어 중 더 어울리는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예술을 뽑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창의적이고 감각적인, 새로운 무언가가 광고와 연결되기 때문일텐데요. 물론 광고에 그런 요소들이 담겨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광고의 본질에 대해 현대 광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는 이에 대해 조금은 다른 의견을 말합니다.
오늘은 오길비의 저서, <광고 불변의 법칙> (원서 제목 : Ogilvy on advertising)의 내용을 바탕으로 광고의 본질과 과학적 광고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오길비는 광고의 역할에 대해 제품에 대한 특정한 정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 말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진 고유한 특징들, 구매해야하는 이유, 기대되는 효과 등에 대해 가장 전달력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매개인 것이죠.
서두에 언급한 광고의 예술적 면모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역할을 잘 수행해내기 위한 '방법'으로써 나타납니다. 광고는 상당히 많은 제약 속에서 전달됩니다. 특히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에는 더욱 그렇지요. 제한된 지면과 시간 속에서 무관심이라는 허들을 뚫어내기 위한 강력한 방법이 필요해졌고, 일반적인 정보와는 다른, 어떤 놀라운 감정과 경험을 주는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그 크리에이티브가 애초에 광고가 전달해야 했던 '정보'를 충분히 주지 못한다면 제품/서비스와의 단절이 일어나고, 그러한 광고는 재밌거나 새로울 수는 있어도 광고의 기본적인 목적인 정보 전달과 설득을 달성할 수는 없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길비는 (망할) 판매 그래프를 올려내지 못한다면 그건 좋은 광고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럼 조사, 실험, 분석, 발견 등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내는 과학이 왜 광고에서 중요한걸까요?
그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은 서로 다르고, 그래서 광고의 대상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대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일겁니다. 광고는 기본적으로 대중을 전제로 합니다. 세그먼트(Segment)라는 개념으로 표현되는 동질한 사람들의 그룹으로 나누어 목표하긴 하지만 그래도 소수의 사람들이 아닌 일정 규모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지요. 세그먼트가 갖는 동질한 특징이 운이 좋게 나와 비슷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 브랜드를 광고하다보면 나와 다른 특징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됩니다.
결국 광고 기획은 제품에 맞는 타깃 세그먼트(Target Segment)를 정의한 뒤 그들을 이해하는 과정이고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을 이해하는 과정이 바로 과학이기 때문에 과학적 연구의 방법론을 광고로 빌려오게 되는 것입니다.
흔히 광고에서 쓰이는 연구 방법론에는 조사 그리고 실험과 분석 정도가 있을 것 입니다. 오길비는 이런 방법론들을 통해 알게 되는 사실들이 창의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더 창의적인 생각을 돕는다고 말합니다. 저는 창의적 사고를 방해하는 큰 요소가 관성적이거나 편향된 사고라고 생각하는데, 오길비도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사실에 근거해 기존의 어떤 사고들에 얽매이지 않는 다른 새로운 생각을 도출하거나 실행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기존에 이미 검증된 사실들은 조사, 연구를 통해 발견하고 광고에 반영할 수 있겠지만 어떤 부분들은 결국 실제 광고의 집행을 통해서만 알아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측정과 분석이 정교해진 지금은 퍼포먼스 마케팅(Performance Marketing),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 같은 용어와 개념들이 널리 사용될 만큼 지금의 마케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데요. 현대 광고의 시작 시기였던 시대에도 오길비는 이러한 테스트를 통한 학습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길비는 모든 광고인이 '직접 반응식 광고 (Direct advertisement)' 즉, 우편 발송되는 전단지 광고를 통해 사람들이 어떤 요소에 반응하는지, 어떤 광고가 구매를 이끌 수 있는지 최소 2년 이상 배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 직접 광고를 통한 학습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내 첫사랑, 내 비밀병기, 다이렉트 메일" 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죠. 오길비는 직접 소비자의 반응을 보며 학습하는 시간들을 통해 편향되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실제 매출을 이끌 수 있는 광고의 요건들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작은 단위의 광고들을 먼저 실행하면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더 최적화된 광고/마케팅 방식을 찾아내는 지금의 퍼포먼스 마케팅 개념과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 기술의 발전으로 그 실현 방식이 달라지고 실험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 짧아졌을 뿐 현대 광고의 기초는 나와는 다른 소비자에 대한 이해와 학습이었던 것입니다.
오길비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예술과 광고는 모두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감각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예술과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각을 레버리지해야하는 광고는 그 방향이 반대임을 이해할 때 정말 예술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는 광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소비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맥락 속에서 다양한 광고와 마케팅을 실행하는 지금의 광고 환경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는 광고의 본질을 관통하는 생각일 것입니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오길비의 저서, <광고 불변의 법칙> (원서 제목 : Ogilvy on advertising)나 해당 책에서 오길비 자신이 엄청나게 추천하는 책인 <과학적 광고, 클로드 홉킨스>를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광고와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들을 통해 광고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를 관통하는 불변의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