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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시 Oct 19. 2024

늦가을, 영화 속에서 마주한 나


쌀쌀한 바람이 겨울의 문턱을 알리는 늦가을, 잦은 기침에 시달리며 병원을 찾는 발걸음이 무겁다. 면역력이 떨어진 탓인지, 싱크대 옆에 늘어선 약봉지들이 나의 건강 상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기운 없는 나를 위해 신랑은 새 영화를 보자고 제안한다. 요즘 신랑은 갱년기가 온 듯,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무뚝뚝한 모습대신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조르는 모습이 어색하면서도 정겹다.


허진호 감독의 신작 <보통의 가족>은 오랜만에 나와 신랑이 함께 극장을 찾은 영화였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자식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 아이들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과연 누가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과도한 경쟁 사회, 입시 위주의 교육, 그리고 부모의 과잉 보호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결과는 아닐까?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가? 아이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물론,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성장하는 독립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지만,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 아이에게 지식뿐만 아니라 따뜻한 마음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어야 한다. 아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늦가을, 영화 속에서 마주한 나의 모습은 부족하고 미숙하지만,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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