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광주에 살고 있는 둘째 언니가 오랜만에 집에 놀러 왔다. 이번에 수능을 본 조카를 격려해 줄 겸 시골집에 가고 싶어 했던 부모님도 모시고 겸사겸사 행차하셨다. 늘 에너지가 넘치는 언니의 업댄 표정과 말투는 금세 조용한 집안을 활기차게 하는 마력을 발휘했다. 우리 집 반려묘 딱지는 유난히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여 선지 종일 둘째 침대 밑에 들어가 큰 눈을 부릅뜨고 경계 태세를 놓지 않았다. 반려 동물도 주인을 닮아간다더니 어쩜 우리 큰 얘를 저리 닮았을까 싶어 절로 웃음이 나왔다.
베란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은 늦가을 날씨리기에는 너무도 포근하고 따뜻했다. 점심을 대충 먹고 언니와 큰 애와 함께 무작정 밖으로 나섰다. 근교 30분 거리에 있는 해변 주변 카페를 가볼까 하다가 이 지역 내 명소인 한옥 카페가 더 색다른 감흥을 부여할 것 같다는 생각에 발길을 옮겼다.
평일 오후 카페 안은 너무나 한산했다. 텅 빈 카페를 둘러보니 자재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정성을 쏟은 주인장의 노력이 무색해지는 것 같아 못내 안타까웠다.
오후 5시가 넘어가니 해가 뉘엿뉘엿 지려는지 하늘색이 점차 붉어졌다. 카페 주변으로 일렬로 조명등이 켜지면서 한옥의 운치를 더 깊게 선사해 주었다. 이제 집에 가자는 나를 말리며 언니는 꼭 해지는 광경을 눈으로 사진으로 담고 싶다고 했다. 카페 길을 따라 걸어가니 주인장이 손수 모닥불을 지피고 있었다. 통나무를 베어 단정히 쌓아두었고, 한참 모닥불이 힘을 받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딸과 나란히 앉아 한참 불멍을 즐겼다. 복잡한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모닥불이 타는 소리에 귀를 집중하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시선을 집중하며 생각과 맘을 비웠다. 딸도 마음속 무거웠던 짐들을 불 속으로 다 태워 버리듯 불길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사진에 진심인 언니는 연신 사진을 찍어대며 감탄을 연발했다. 이럴 때면 누구보다 소녀 같은 맑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언니가 참으로 부럽다.
석양빛에 물든 하늘 아래, 세 사람은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며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