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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객 S Jun 28. 2023

꿈과 환상의 나라의 뒷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열다섯 번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감독: 션 베이커
선정자: L

L:다들 어땠나요? 전 아무 정보 없이 봤는데 그래서 더 좋았어요

J:N님은 참석 안 하셨지만 웃다가 울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엉엉 우셨다고 해요. 대신 전해 드립니다

K:저는 너무 좋았어요. 어떻게 보면 비관적인 이야긴데도 너무 아이의 시선으로 부드럽게 잘 풀었어요

L:일단 색감이나 화면이 너무 예뻐서

K:비참함이 전혀 없고 디즈니의 놀이동산 같은 색감으로 그려냈죠

J:색감 때문인지 동화 같고 몽환적이어서 애들이 사고 쳐도 아무 생각이 안 들었어요

K:세상의 시선에서 비껴나 있지만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같죠.

L:잠시 현실에 퉁 떨어진 느낌?

K:아동국의 처사가 어떻게 보면 맞는 거지만 무니랑 엄마를 떨어트리는 이 상황에 반감을 갖게 하는 것 같았어요.

L:실제로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플로리다주의 홈리스들을 위한 복지정책 이름이래요.

J:전 디즈니랜드의 초기 이름이 플로리다 프로젝트인 걸 봤어요. 두 개가 겹쳐서 모순적인 의미를 가지는 거 같아요. 무니랑 엄마가 돌아다니는데 안전요원이 당신 같은 사람들은 여기 오면 안 된다고 하니까

L:맞아요. 모텔 이름도 다 매직캐슬 이런 거잖아요.


줄거리

디즈니랜드 근처의 모텔에서 생활하는 무니와 핼리. 무니는 이곳에서 온갖 말썽을 피우며 친구들과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먹고 사는 일이 힘들어진 엄마 핼리는 결국 성매매에 손을 댄다. 이웃들의 신고로 아동국에서 사람이 나오고, 무니와 핼리는 헤어질 위기에 처하는데....


#모두의 보호자

K:그곳 사람들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따뜻하지 않나요?

J:전 그렇게 따뜻해 보이진 않았어요. 황홀한 색감에 디즈니랜드 풍경이지만 그 장소와 대조되게 홈리스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독한 처지가 그렇게 따뜻하진 않았네요.

L:그나마 바비가 좀 따뜻하게 그려낸 캐릭터 같았어요.

K:저는 감독의 시선을 바비의 시선으로 봤거든요. 바비는 어떻게 보면 경비원에 불과하지만 굉장히 책임 의식을 가지고 그곳 사람들을 대하고 있고.....무니 엄마를 대하는 태도도 딱딱하긴 해도 굉장히 애정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을 외부인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줄 때도 그렇고요.

L:맞아요. 매번 쫓아낸다고 하지만 방세 밀린 거 기다려주고.

K:애들 보고 있다가 페인트통 떨어트리는 것도 그렇고 바비 아저씨 약간 츤데레 느낌이었어요. 다른 모텔 가서 싸워주기도 하고 무니 엄마도 아빠인 것처럼 굴지 말라고 하는 대사가 있었는데 저는 바비가 어느 정도 그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고마워요 바비!’ 하고 사람들이 감사를 표할 때 뿌듯한 표정을 하고 있더라구요.

L:맞아요 자기도 사랑한다고~근데 바비랑 같이 일하던 직원들은 바비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지 않아요?

K:너무 이곳 사람들한테 신경 써주고 있는 것 같으니까 주제 넘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J:얘기 듣고 보니 바비 급 호감 됐어요

K:바비가 작은 모텔이지만 책임 의식을 가지고 거길 지키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엄마들이 애들 방치하고 신경 안 쓰는 거 아니까 어른으로서 애들 지키려고 하고 그런 게 보여서 좋았어요.


#대물림

L:애들이 너무 버릇없어서 싫었는데 영화를 보다 보니 애들이 보고 들은 게 그것뿐이잖아요.

K:핼리 또한 그런 가정에서 자라나서 바른 생활에 대해 알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무니도 같은 삶을 살게 될 거고요.

L:그게 너무 슬퍼요. 대물림된다는 게.

J:그치만 헬리가 무니를 아주 사랑하는 게 눈에 보여서 좋았어요. 전 방법이 잘못됐을 뿐이지 핼리와 무니를 떨어뜨려 놓는 건 반대하는 쪽이라서 괜찮은 엄마라고 생각했어요.

L:저도 그 얘기 하고 싶었어요. 무니랑 핼리를 떨어뜨리는 게 맞는 건지. 아동보호법이 그런 거 같은데 사실 학대긴 하잖아요. 정신적으로 좋지도 않고.

J:두 사람 다 더 좋은 환경으로 옮겨서 재사회화를 시키면 될 듯하면서도.....

K:저도 헤어지게 하는 건 반대예요. 무조건 떨어뜨려 놓기보다는 핼리에게 다른 지원을 해주고 부모교육을 받게 했으면 해요. 직업교육이라던가 정착할 수 있는 새 직장을 찾아주면 방황을 그만둘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L:워낙 시골이라 일자리가 없는 듯했죠.

K:아이는 길러야 하는데 돈은 없고. 사실 선택지가 많이 없죠.

J:개인적인 자아는 쓰레기인데 엄마로서의 자아는 봐줄 만해요.

L:그래도 열심히 사는 게 대단해요

J:전 옆집 엄마가 더 대단했어요. 그 정도로 핼리한테 얻어맞았으면 핼리 자식도 꼴 보기 싫을 수 있는데 무니가 다른 데로 간다는 얘기 듣고 아무 말 없이 안아주잖아요.

K:아이는 미워하기 쉽지 않아요. 부모가 아무리 미워도 아이들은 잘못이 없는걸.

J:하지만 아이도 미워하는 게 한국이죠


#아이다운 아이들

J:초반에 애들이 차에 침 뱉고 빈집에 불 지르고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돈 달라하고 그런 게 너무 신선했어요.

K:정말 막돼먹은 아이들이란 걸 보여주는 대목

J:초반엔 발랄하고 색감도 이쁜데 애들 입에선 뿨킹 마더뿨커 쓋 나오고

L:할머니한테 무슨 말버릇이야.....트월킹도....

K:핼리는 그거 보고 잘한다고 웃고 있고

L:들어오면서 엉덩이에 어쩌구 노래 부르고 수영장에서 찌찌 구경하고. 근데 애들 가슴 그런 거 진짜 좋아해요?

K:어린애들은 원초적이니까요. 사람은 크면서 사람이 된답니다.

L:저는 왜 아직도 원초적인지

J:그럴 리 없어요. 인류는 언제나 어린이다

K:순수하게 못된 시기가 우리 모두에겐 있었어요

J:지금도 있어요

(여섯쨜 영차멤버들)

K:그래서 그런가 저는 음 애들이네ㅎㅎ이러고 말았어요

L:영화 속 환경이 아니더라도 애들은 그런가요?

K:오히려 너무 순수해서 어른들이 하는 걸 그대로 따라 하거든요. 애들은 아마 그 동네 사는 어른들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는 거에 가까워요. 실제 악의가 있다기보단 들은 대로 행동하니까. 진짜 거울이에요.

J:그리고 정말 나쁜 짓(이를테면 불을 냈을 때)을 했을 땐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인지하잖아요.


#최선의 해결책

J:핼리가 좀 더 건실한 일자리나 돈벌이 수단을 택했으면 이 파국이 되진 않았을 텐데 역시 핼리도 어린애 같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엄마라기보단 무니의 나이 많은 언니?

K:국가에서는 핼리의 취업을 위한 지원을 해줘라.....

L:다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도움을 못 받고 커버렸잖아요. 제대로 된 복지정책을 내놓으란 말이야!

J:자기들 딴엔 홈리스들한테 집도 주고 아동국에서도 감시하니 복지 다 해줬겠다 싶겠죠.

K:아예 데려가서 다른 가정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보육기관 정도의 지원을 해주고 일을 배울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J:무니만 떨어뜨려서 다른 가정 보내 봤자 그 가정도 파국 맞을 거 같아요. 무니는 만만한 어린이가 아니기 때문에

K:무니에게 물드는 아이들....난장판이네요

J:양부모 차에 침 뱉기

K:하지만 무니 아이다워서 사랑스러웠어요. 진짜 악의 없이 나쁜 짓 하기. 아냐 악의도 있나?

(웃음)

K:아이들 그 자체죠 물론 전 성악설을 믿지만^^

L:순수악이죠.....

J:전 무니가 울 때야 비로소 얘도 보호자가 필요한 아이구나 싶었어요. 엄마도 무니를 사랑하고 무니도 엄마를 사랑하는데 왜. 뭐 그게 감독의 의도였겠지만요.

L:무니가 "쓰러져도 계속 자라는 나무가 좋다"고 했으니까 무니도 그렇게 자라길 바래요.

K:그치만 사랑만으로 되는 건 아니에요. 무니가 핼리같은 삶을 살지 않으려면 바른 가정이 필요한 것도 맞아요. 문제는 핼리가 그런 가정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거죠.

L:아이는 아이답게 자랐으면 좋겠는데 그런 환경조차 빈부격차가 나니까요. 범죄에 노출될 위험성도 더 높고.

J:아이는 아이답게 자라야 한다는 것도 한국에선 실현되기 어려운 말이긴 해요. 아이답게를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K:너무 각박한 사회가 되어버렸어요

J:그래서 <톰보이>나 플로리다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 같아요. 아이답게 순진무구한 모습을 영화로 보면서 만족하는 거죠.

L:사실은 어른들의 잘못인데 아이에게 어른의 모습을 강요하고 책임을 바라는 게 너무 무책임한 사회예요.

J:막상 아이가 범죄를 저지르면 그때서야 아이라며 보호하고 말이에요. 가증스러운 이중잣대.....어려운 문제들이 많네요. L님 이 영화 보고 할 얘기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L:얘기 나왔어요! 윤리와 법 사이.....진정한 아이의 행복이 무엇인지. 핼리와 무니를 떨어뜨리는 것이 맞는지

J:진정한 아이의 행복이라. 결혼 이야기랑은 또 다른 논제 같네요.

K:이성의 뇌는 아동국 직원에게 인계하고 있는데 감성은 핼리에게 다시 보내주고 싶어요. 나라에서 지원만 제대로 해준다면요. 그냥 그 상태의 핼리한테는 안돼요. 사각지대에 있는 것도 맞고 지금처럼 원룸에서 계속 성매매를 한다면 무니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걸요.

J:무니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핼리랑 있게 해주고 싶어요. 14살 정도? 꾸준히 정신과나 프로그램 병행하면서 의견 들으면서요.

L:저는 반대예요. 자아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에 그런 환경에 놓여있는 건 좋지 않을 거 같아요. 핼리와 떨어뜨려 놓고 핼리가 안정적으로 직업을 갖고 마음 상태가 일반범주에 들어왔을 때 무니와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K:아동복지법상으로도 핼리의 행동은 방임 및 정서적 학대에 해당해서 미국이 아니었어도 시설 인계가 되었을 거예요. 영화가 아름답게 그려내서 그렇지 당장 구조될 상황인 게 맞긴 해요. 핼리는 무니를 부양할 능력이 없고 무니는 조금만 있으면 학교도 가야 하는데 언제까지나 그곳에 있을 수는 없어요. 언제까지나 환상 속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 생활도 무니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지속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조금만 더 큰 아이였다면 무니 자체도 위험한 어른들에게 충분히 노출될 수 있구요. 바비처럼 열심히 지키는 경비원이 없었다면 무니같은 어린이들이 위험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감독도 그 장면을 넣은 거 같아요.

L:성매매하던 남자가 화장실 들어왔을 때도 위험했죠.

K:낙후지역의 어린이들이 성매매와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에요. 그래서 저는 아동국의 대처가 너무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다만 완전히 떨어트려 놓기보다는 그 상태로 지원을 해주길 바랐어요.

J:그런데 이 영화가 해주고 싶은 말은 저희 같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5~7살 된 무니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냐는 부분 아닐까요?

J:아이한테도 두루뭉술하게 설명하며 떨어뜨려 놓으려 하고요.

K:무니는 이해할 수 없죠. 다 자라서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L:이해하기 어려우니까 두루뭉술하게 설명한 거 아닐까요?

J:지금 너는 엄마와 떨어져야 해 이걸 너는 이해해야 해. 그걸 강요하는 것이 폭력이라는 말을 하려는 영화가 아닌가 해서요.

K:폭력적인 상황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걸요.

L:무니 입장에선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

J:어른 관점과 아이 관점의 차이겠죠

K:그래서 영화가 무니 입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좋았어요. 어른인 우리는 아동국의 대처가 맞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손을 잡고 뛰쳐나간 이 아이를 응원하게 되는 것. 그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거 아닐까요. 다시 들어갔다거나 엄마를 만났다거나 부가적인 설명 없이 디즈니랜드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게 완벽한 결말이었어요. 판단의 여지를 관객들에게 주는 거 같아서요. 이게 맞다 틀리다를 말하고자 영화를 만든 게 아닌 거 같았거든요.      

K:그냥 무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거 같고 실제로도 우리는 무니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고요. 톰보이처럼 아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어른의 관점이 끼어들지 않고 아이들의 이야기로만 끝맺음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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